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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내용부인' 제도 遺憾(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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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부인 제도의 '보완책 없는 확대 적용'의 더 큰 문제점은 현실적으로 '소추역량의 중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법정의 전장에서 벌어지는 범죄와 전투에서 '피의자 진술'이 가장 강력한 무기의 하나임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인데, 전장에서 소추권자에 의한 최강 무기 활용 수단이 불가역적으로 봉쇄된 것입니다.

권력을 악용하여 흑을 백으로 바꾸거나 자기편 비리를 수사했다고 소추기관을 와해시켜 버릴 정도의 힘을 가진 거악과의 공방에서 최강 화력의 사용이 제한된 소추권자의 진실 규명의 여정이 기구험로(崎嶇險路)가 될 것임은 명백합니다.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필부필부의 민생범죄 소추에는 부정적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나 막강 화력의 권력자의 거악 규명에는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입니다. 결국 법망을 피할 힘이 있는 소위 '법꾸라지'만 유리하고 반성 없는 피고인만 우대하는 퇴행으로, 우리 형사법체계를 '범죄자의, 범죄자에 의한, 범죄자를 위한' 제도로 후퇴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한편, 그로 인하여 증거로서 '범죄자 진술'의 수집 권한은 오로지 판사에게만 귀속되는 결과가 초래되었습니다.

우리 헌법이 계수한 대륙법계 형사법은 역사적으로 사법권을 재판권과 수사권으로 분리하여 증거수집권을 검사에게 귀속시키는 체계라고 할 수 있는데, '범죄자 진술 수집 권한'을 검사로부터 사실상 박탈한 것은 검사와 판사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헌법이 예정한 권력분립 이념과 충돌하는 문제 또한 내포되어 있습니다.

조서 관련 문제점은, 피고인에게 제왕적 처분권을 주는 방법이 아닌, 사법 선진국들처럼 변호인 참여 보장, 녹음·녹화 등의 통제장치를 통하여 개선해야 할 문제로, 그와 같은 통제장치들은 최근 크게 강화되었습니다.

결국, 내용부인 제도의 확대는 일제강점기의 잘못된 각인과 트라우마로 인해 퇴행을 자초하고, 전장에서 소추권자의 최강 화력인 거북선의 출전 여부를 왜장에게 맡기는 형국으로 소추역량에 큰 손실을 초래하며, 코로나 상황에서 코로나백신이 아닌 독감백신을 처방한 것과 같은 오인 처방을 한 것입니다.

몽테스키외가 삼권분립론에서 말한 '정정 자체가 남용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우리사회가 개악을 개혁으로, 퇴행을 발전으로 바꾸는 회복력을 보여주길 기원합니다.


강백신 부장검사(서울동부지검)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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