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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영업비밀과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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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개정 전까지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제2조 제2호는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고 규정하였다. 영업비밀 침해사건에서 법원은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영업비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 또는 청구기각을 선고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러한 판례에 대해 영업비밀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러한 비판을 반영하여 2015년 개정법은 '상당한 노력'에서 '합리적인 노력'으로 요건을 완화하여 합리적인 영업비밀보호를 도모하였다. 그런데 이것도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2019년 개정법은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요건도 단순히 '비밀로 관리된'으로 대폭 완화하는 과감한 법 개정을 하였다. 이러한 법 개정은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가지고 왔다.

회사는 어떤 기술을 발명하거나 개량하더라도 당장 특허를 출원하기보다는 영업비밀로 관리하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허등록을 하려면 신규성과 진보성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문턱을 넘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특허관리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침해자가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해서 특허등록이 무효가 될 위험도 있다는 점에서 차라리 (영업비밀 요건이 대폭 완화되었음에도 특허와 같이 침해금지청구 등 배타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것을 선호하는 기업도 늘어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꼭 바람직한 것인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특허제도는 발명자가 발명 정보를 공개하는 대신(이렇게 공개된 정보는 새로운 기술혁신의 기초가 된다) 발명자에게는 그 정보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권리보호 간의 균형을 이루게 한다. 영업비밀보호제도도 기술혁신에 기여하는 바가 있지만 지나치게 강화되면 특허제도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있고 사회적으로 유용한 정보의 공개는 줄어들 수 있다. 과거 법원도 이러한 사회적 의미를 고려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업비밀 분쟁은 민사소송뿐만 아니라 형사고소도 포함하는데 비밀관리성 요건이 대폭 완화되면서 분쟁의 상황과 결과도 크게 달라졌다. 예컨대 형사사건에서 과거 상당한 노력 또는 합리적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여 무죄가 될 수 있었던 경우도 2019년 법 개정 이후부터 노력 유무와 상관 없이 '비밀로 관리'된 것만 입증하면 유죄가 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분쟁현실에서 매우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 권리' 영업비밀 관련 분쟁의 과도한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영업비밀 사례는 아주 단편적인 예시일 뿐이다. 문제가 있으면 바로 입법을 통해 해결하려는 과감함과 혁신적 사고는 문제해결 의지와 실행 측면에서 높이 살 만하지만, 한번 입법이 되면 이를 폐지하기 어렵고 미처 예상하지 못한 문제도 나비효과처럼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새로운 입법이나 법 개정 전에 좀더 진지한 심사숙고를 한다면, 좋은 입법취지가 더 바람직한 결과로 빛을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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