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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시카고와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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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새로운 미술관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딱히 미술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지만, 작가의 삶과 개성을 투영한 작품들이 의도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풍경은 늘 신선한 자극과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이곳 유학지에서도 도착 직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을 찾아 백남준 회고전을 즐겼고, 학생들에게 무료로 개방된 버클리 미술관(BAMPFA)은 등하굣길에 부담 없이 찾아가곤 한다.

 

얼마 전에는 샌프란시스코 미술관(FAMSF) 중 골든 게이트 파크에 자리한 드 영 미술관(de Yung Museum)에 다녀왔다. 1895년에 처음 문을 연 드 영 미술관은 그 역사와 규모에 걸맞게 예술적, 사료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세계에서 제일 큰 인공 공원인 골든 게이트 파크의 아름다운 조경과 미술관 9층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샌프란시스코의 풍경도 장관이었다.

마침 드 영 미술관에서는 주디 시카고(Judy Chicago)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었다. 1939년 시카고에서 태어난 주디 시카고는 백인 남성 위주의 미술계에서 고유의 정체성을 정립해온 페미니스트 예술의 선구자이다. 특히 1979년 발표한 '디너 파티(The Dinner Party)'는 여성의 성기를 본뜬 접시들을 연회 테이블에 배치하고 39명의 여성을 만찬의 주인공으로 소환한 대형 프로젝트로서, 금기시되어 온 여성의 성기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논쟁을 불러온 기념비적 작품이다.

'디너 파티'가 발표된 후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성의 성기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다. 최근 서울시는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비영리법인 신청을 불허하면서 그 사유 중 하나로 '행사 중 성기를 묘사한 제품을 판매'한 것이 실정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는데, 특히 행사 참가자가 판매한 여성 성기 모양의 쿠키가 '음화'인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미술관에 전시되는 작품과 축제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겠지만, 여성의 성기를 묘사한 접시와 양초 등이 쌓여있던 드 영 미술관 기념품샵에 기사 속 쿠키도 어쩐지 잘 어울릴 것 같아 고개를 갸웃거려 본다.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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