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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관리법의 개정과 하자판정기준의 적용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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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자소송과 건설감정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하자소송의 승패는 감정 결과에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하자소송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건설감정은 건설에 대한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인데,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다1733 판결 등)는 것이 법원의 태도이므로 재판부가 그 최종 판단에 있어서 감정결과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듯 하자소송의 핵심 사항인 건설감정에서 하자의 판단 및 하자보수 금액의 산정 등을 어떠한 기준에 따라 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다툼이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어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2. 건설감정실무와 하자판정기준

공동주택 하자의 판단과 관련된 기준은 크게 두 개가 존재한다. 우선, 서울중앙지방법원 건설소송실무연구회에서 발간한 '건설감정실무'가 있다. 이는 서울중앙지방법원 건설소송실무연구회가 법원 감정인들과 함께 마련한 기준으로 2011년 9월 발간 이후 2016년 10월 개정판이 발간되었다. 그리고 공동주택관리법 제39조 제4항에 따라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된 조정사건 등을 위하여 필요한 하자의 조사방법 등을 정하고 있는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판정기준(이하 '하자판정기준')'이 있다. 하자판정기준은 국토교통부 고시로 2014년 1월 3일에 제정되어 시행 중에 있다.

이 두 개의 기준은 각각 건축물의 하자에 대한 개념, 주요 부위의 하자 판단기준 및 보수금액 산정방식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상당 부분 그 내용이 유사하다. 다만, 외벽 콘크리트 균열의 보수비용 산정방식 및 비단열공간(테라스) 결로의 보수여부 판단기준 등 하자소송의 주요 쟁점이 되는 하자항목에 대하여는 서로 다른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하자소송의 각 당사자들은 감정보완절차를 비롯한 변론 과정에서 이 두 기준 중 각자에게 유리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첨예한 다툼을 벌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뿐만 아니라, 준공된 공동주택에서 하자보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이 두 개의 기준 중 어떠한 것에 따라 보수를 할지를 두고도 심심치 않게 다툼이 벌어지고 있어 실무상 어려움이 크다.

이와 관련 법원은, 하자판정기준은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서 공동주택의 내력구조부별 및 시설공사별로 발생하는 하자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심사하고 분쟁을 조정하기 위하여 하자 여부 판정, 하자 조사방법 및 하자보수 비용 산정에 관한 기준을 정하기 위하여 마련한 행정규칙에 불과하여 행정조직의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 구속력을 가지지 아니한다(서울중앙지법 2016. 4. 1. 선고 2014가합528244 판결 등)고 판단하면서 건설감정실무에 따른 감정결과를 최종 판단의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 현재의 일반적 경향이다. 그럼에도, 이 두 기준의 적용 우선순위를 둘러싼 다툼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이는 건설감정실무에서 하자판단 세부사항을 미처 규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하자판정기준을 적용할 여지가 있고, 건축공사표준시방서 등 통상의 시공 기준을 충실히 반영한 하자판정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 판단되는 사항 또한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3. 공동주택관리법 개정 취지와 그 내용

이러한 다툼을 해결하기 위하여 하자판정기준을 공동주택관리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갖게 할 목적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2020년 7월 17일 발의되고 국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이하 '개정 법')은 2021년 12월 9일 시행 예정에 있다. 개정 법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법 제37조 제1항에 따라 사업주체에게 청구된 하자의 보수와 제38조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위하여 필요한 하자의 조사방법 및 기준, 하자 보수비용의 산정방법 등에 관하여는 하자판정기준을 준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되었다(개정 법 제37조 제3항).

또한 입주자대표회의가 공동주택의 하자보수보증금을 하자보수보증서 발급기관에 청구하는 경우 하자보수보증금의 지급을 위하여 필요한 하자의 조사방법 및 기준, 하자 보수비용의 산정방법 등에 관하여도 하자판정기준을 준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되었다(개정 법 제38조 제5항).

개정 법의 부칙에서는 이러한 신설 조항의 적용 시점에 관한 적용례에 대하여는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데, 2020년 11월 30일에 개정되어 시행 중인 하자판정기준 부칙 제2조에서는 "개정된 기준 시행 당시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계류 중인 하자심사 또는 분쟁조정 신청사건의 처리방법 등은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개정 법 제37조 제3항 및 제38조 제5항 또한 개정 이후 사업계획승인을 득하거나 준공한 공동주택부터 적용된다고 볼 것이 아니라 개정 법 시행 이후 이뤄지는 하자보수청구 및 하자보수보증금청구 부터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4. 개정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하자판정기준의 효력

이처럼 개정 법에서 하자판정기준을 하자보수청구 및 하자보수보증금 청구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되었으므로 개정 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하자판정기준의 적용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정 법에서는 "하자판정기준을 준용한다"가 아니라 "준용할 수 있다"로 규정하고 있는데, 향후 이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국회에 발의될 당시만 해도 하자판정기준을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갖게 한다는 그 개정 취지에 맞게 개정 법 제37조 제3항 및 제38조 제5항은 각각 "하자판정기준을 준용한다"는 문구로 제안되었다. 그런데 국회의 위원회심의 과정에서 해당 문구는 "하자판정기준을 준용할 수 있다"로 수정된 후 본회의에서 그대로 가결되는 바람에 이번 개정에도 불구하고 하자판정기준의 대외적 효력에 대하여는 다툼의 불씨가 남게 된 것이다. 개정 법의 문언에 따르면, 하자판정기준은 하자보수 등에 '준용하여야' 하는 기준이 아니고 '준용할 수 있는' 기준인데, 이러한 경우에도 이 개정 법령에 따라 준용되는 하자판정기준이 공동주택관리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 구속력을 가지는 행정규칙라 볼 수 있을지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5. 맺음말-하자판정기준의 적용범위 확대

판단건대, 위에서 살펴본 한계에도 불구하고 개정 법의 시행 후에는 법원에서 건설감정 기준으로써 하자판정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개정 법에 신설된 제37조 제3항 및 제38조 제5항에서 "하자판정기준을 준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이에 근거하여 사업주체에 대한 하자보수청구, 하자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및 하자보수보증기관에 대한 하자보수보증금 청구에 하자판정기준을 적용하는 데 문제될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한편, 하자판정기준은 2020년 11월 30일에 개정된 것을 비롯해 그간 수차례의 개정을 통해서 판정기준 항목을 확대하는 한편,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서 1년에 4000여건 넘게 처리되는 사건들을 바탕으로 현실에서 주로 발생하는 하자 항목에 대한 세부 판정기준을 발전시켜 왔다. 가령, 하자판정기준은 타일 뒤채움 부족이나 위생기구 하자의 기준을 정량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건설감정실무가 미처 다루지 못하거나 추상적인 기준만을 제시하 사항들을 보완하기에도 충분한 기준이다. 이러한 점까지 더하여 볼 때, 건설감정실무만을 건설감정의 기준으로 하는 기존 법원의 태도는 개정 법 시행 이후 상당히 변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신동철 변호사 (포스코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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