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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법과 경쟁법에 반영되어야할 개품운송 시장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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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들어가며

해상법은 해상기업들의 영리활동을 규율하는 법이다. 해상기업은 선박을 이용하여 영리활동을 한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상법은 상인(기업)을 유익한 존재로 파악하여 이들이 쉽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도록 하는 많은 제도를 가지고 있다. 해상기업을 보호하는 해상법도 이와 같다. 그러나, 상법이 상대방보호에 소홀히 할수 없듯이 해상법도 상대방보호를 위한 제도를 많이 가지고 있다. 특히 개품운송계약에서는 운송계약서가 발행되지 않고 선하증권을 활용하는 부합계약이라서 상대방인 화주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20세기 초부터 헤이그 규칙을 만들어 운송인들의 부당한 힘의 논리를 제약해왔다. 19세기말 운송인들은 화주들에게 불리한 규정을 선하증권에 넣고서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적용을 관철해왔다. 이에 국제사회는 운송인에게 일정한 보호만을 허용하고 그 보다 화주를 더 불리하게 하는 약정은 무효로 했다. 이것은 우리 상법 제799조에도 반영되어있다. 개품운송에서 운송인은 갑이고 화주는 을이라는 공식은 1880년경부터 약 100년 이상 지속되어왔고 각국의 해상운송법의 근간이 되어왔다. 그런데, 21세기가 되면서 이런 공식이 무너지고 운송인이 오히려 을이고 화주가 갑인 경우가 증대하면서 큰 변화가 왔다. 그렇지만, 우리 해상법은 이를 반영 못하면서 현실과 법률이 괴리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Ⅱ. 현행 해상법 체제

영국은 19세기 중반 산업화가 먼저 달성되어 해운업이 발달했다. 미국에서 대서양을 건너 오고가는 화물은 영국의 해운업자들의 몫이었다. 운송인들은 선하증권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유리한 약정을 타이핑하여 집어넣었다. 영국의 법원은 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이름하에 이를 인정해주었다. 화물의 손상에 대하여 전혀 책임을 부담하지 않거나 책임제한을 심하게 하는 약정이 인정되어 미국의 화주들은 아주 불리한 대우를 받았다. 선하증권은 예나 지금이나 운송인이 일방적으로 작성하여 송하인은 수동적으로 이를 수령하는 것이다.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송하인은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의 주도하에 1924년 헤이그 규칙이라는 선하증권을 규율하는 조약이 만들어졌다. 운송인에게 항해과실면책, 포장당책임제한 등 일정한 혜택만주고, 운송인에게 강한 의무를 부과했다. 그보다 화주에게 불리한 약정은 무효로 한다는 것이 헤이그 규칙의 골자였다. 운송인이 갑이고 화주가 을인 전제하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후 1968년 비스비 개정이 있었고 이것들을 합쳐서 헤이그-비스비규칙이라고 부르고 오늘날까지도 전세계 개품운송을 규율하는 법제도가 되었다. 미국, 일본 등은 국제해상물품운송법이라는 단행법을 가지고 있다. 우리와 중국은 자국의 해상법에 이를 추가하여 운용하고 있다.


Ⅲ. 새로운 현상들

개품운송은 개개의 물건의 운송을 운송인이 송하인에게 약속하고 송하인이 이에 대한 대가를 운송인에게 지급하는 약속이 합쳐진 것이다. 영미에서는 이를 공중운송이라고 한다. 개품운송인 혹은 공중운송인은 운송의 스케줄을 미리 공표하고 이에 따라 운송 서비스를 규칙적으로 정기적으로 해주는 자를 말한다. 공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에 이들은 원칙적으로 무과실책임이라는 엄격한 책임을 부담한다. 실무상 이들은 정기선운항자로 불린다. 컨테이너운송은 정기선 운항을 대표한다. 1970년대부터 나타난 컨테이너 운송은 개품운송의 총아로 운송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을 가져오는 혁신을 이루었다. 부산항에 입항한 컨테이너 선박은 하루만에 출항을 해야 하는데, 1000여명의 송하인이 있다. 운송인이 이들과 일일이 운송계약을 체결하려면 며칠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운송인은 미리 스스로 만든 선하증권이라는 서식의 뒷면에 깨알같은 글씨로 본 운송에 적용될 계약내용을 넣어둔다. 수령한 화물의 수량과 성질을 전면에 넣고 자신이 서명하여 선하증권을 발행한다. 이 선하증권의 내용이 계약의 내용을 이루게 되었다. 선하증권을 취득한 제3자와 운송인 사이에도 그 내용이 적용된다. 상법이 정한 액수보다 낮게 책임제한액수를 정한 약정, 상법에서는 1년 제척기간인데 이보다 짧게 9개월로 한 약정은 상법 제799조에 의하여 모두 무효로 판단되어 화주를 보호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2자 물류회사와 같은 계약운송인이 나타나면서 개품운송의 근간이 흔들려지기 시작했다. 1980년경부터 이미 운송주선인이 운송인으로 등장하면서 그 조짐이 나타났다. 운송주선인은 주선만 하는 사람이었는데 자신이 운송인이 되면 수수료가 아니라 운임을 받을 수 있으니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계약운송인이 된 것이다. 자신은 운송수단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해상운송인에게운송을 의뢰한다. 제2의 운송계약이 체결된다. 해상운송인은 실제운송인이 되어 실제로 화물을 운송하게 된다. 계약운송인-실제운송인이 존재하는 운송들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운송주선인과 해상운송인의 협상력과 경제력을 비교하면 전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계약운송인인 운송주선인은 아주 영세한 상인에 지나지 않았다. 한진해운과 같은 정기선사가 계약운송인인 운송주선인의 이행보조자 역할을 했지만 아무도 이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계약운송인은 여전히 을의 지위에 있었다.


한편, 경제적으로 성장한 대기업들은 자신의 수출입화물을 운송함에 있어서 제3자인 정기선사에게 의뢰하기보다 자신들의 자회사를 만들어 운송을 포함한 물류업을 직접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2자 물류회사들은 모회사로부터 화물을 대량으로 인수하여 계약운송인이 된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선박 등 운송수단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상운송을 위해서 실제운송인과 제2의 운송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2자 물류회사는 자신은 이제 화주의 입장이 되는 것이다. 2자 물류회사는 자신의 모기업과의 관계에서는 계약운송인이지만, 실제운송인과의 관계에서는 화주(송하인)가 되는 것이다. 실제운송인인 정기선사의 입장에서는 대량의 화물을 가진 2자 물류회사와 운송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대량의 화물을 가진 화주는 이제는 갑의 지위로 올라서게 되었다. 정기선사들로 하여금 입찰시 경쟁을 시켜서 운임을 낮추고 운송인에게 해상법상 허용된 각종 혜택을 포기하도록 약정을 체결한다. 운송인은 완전히 을의 지위에 놓이게 된 것이다. 송하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상법 제799조와 헤이그비스비 규칙 제3조 제8항이 무색하게 된 것이다. 대량화주들은 년간 물량에 대한 입찰을 붙이게 된다. 해상화물에 대한 운송계약에도 운송인들은 을의 지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기 위하여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유엔에서 로테르담 규칙을 성립시켰다. 일방적인 강행규정인 헤이그비스비 규칙 제3조 제8항을 쌍방적 강행규정으로 변경하는 시도를 했다. 화주도 조약에서 정한 것보다 운송인을 불리하게 하면 그 약정은 무효가 되도록 하자는 취지를 반영했다. 이 조약은 아직도 발효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다. 우리 상법은 1991년 운송인중심주의로 변경되면서 새로운 산업의 흐름을 잘 반영했다. 운송주선인과 같이 선박을 보유하지 않은 자도 운송인이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계약운송인-실제운송인이 대세를 이루는 현상을 잘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와서 나타난 2자 물류회사들을 포함한 대량화주들과의 운송계약에서 나타난 갑과 을의 지위의 역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가 있다.

대량화주와의 운송계약은 기존의 개품운송계약과 달리 운송계약서가 선제한다. 운송계약서에서는 운송인은 모든 손해배상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한다는 규정을 넣고 있다. 대법원은 운송인이 선주책임제한을 포기한다는 약정도 유효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상법 제799조는 편면적인 것으로 화주를 보호할 목적인 것인 바 이것이 크게 반영된 판결로 판단된다. 대량화주와의 계약에서는 운송인은 을의 입장임을 충분히 반영했어야 함에도 새로운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이러한 정기선운항에서의 변화는 경쟁법에도 반영되어야 한다. 부당한 공동행위의 여부는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가에 의한다. 이는 시장지배력과 시장에 기여하는 효율성의 비교형량에 의하여 정해진다. 정기선사들의 시장점유율이 높다면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는 일응 경쟁을 제한한다고 추정될 것이다. 20년 전과 같이 대량화주와 2자물류회사가 나타나지 않았던 경우는 시장점유율이 곧 시장지배력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었다. 소형화주들은 을의 지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정기선사는 상당부분 을의 입장이 되었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해서 운임의 결정을 좌자우지할 수 있는 지위에 더 이상 있지 않다. 즉, 시장지배력을 상당부분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런 큰 변화가 경쟁법상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가의 판단에도 반영되어야 한다.


Ⅳ. 필요한 조치들

우리 상법 해상편은 아직도 지난 20년 동안의 개품운송계약에서 나타난 운송인이 을이 되는 현상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대량화주나 2자물류회사들과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비중이 절반을 차지할 것이다. 그렇다면 송하인만을 보호하는 상법 제799조는 반쪽만 효용이 있는 것이다. 하루빨리 이런 현상을 반영한 해상법이 되어야 한다. 로테르담 규칙이 비록 발효되지는 않았지만, 그 입법정신을 받아들여 우리 상법 해상편이 하루속히 개정되어야한다. 지난 20년간 변화된 개품운송에서의 변화가 법원의 판결이나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길 기대한다. 현실과 법제도의 간극을 하루빨리 좁혀나가면서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하자.


김인현 교수(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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