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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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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평소 존경하던 범죄예방위원님과 통화를 했다. 이런 저런 대화 중 "예전에 취업시켜 준 사람이 성실해서 복덩이가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자식 사업을 도우려 퇴사했다. 10년 넘게 아주 열심히 일했다. 퇴사해서 아쉽지만 가족들이 멋진 가게를 하며 잘 살고 있어 기쁘다"고 하셨다.


어느 추운 겨울이었다. 4명의 자녀를 둔 엄마가 집에서 혼자 출산하고, 시설 앞에 아이를 두고 간 사건이다. 왜 집에서 출산했지? 자식들을 잘 키우는 사람이 무슨 이유로?

남편 사업 실패로 시골 빈집으로 이사했고 건강이 좋지 않은데 치료받을 여유가 없어 일을 할 수 없고 남편 혼자 낮에는 일용직, 밤에는 대리운전을 해 보지만 추운 겨울에 난방 없이 살아야 하고 보험료도 내지 못해 감기에 걸린 아이들을 병원에도 데려갈 수 없을 정도라 도저히 키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이 키울 여건이 안 되는 상황에서 임신이 된 것이다. 피임수술도 비용이 부담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다자녀 해택도 없던 때이다. 자녀들을 키우면서 잘 살아보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 보였고 가족은 전반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느껴졌다. 다행히 두고 온 아이는 안전하고 건강했다.

처벌해야 하나? 처벌만이 능사인지? 처벌하면 다른 자녀들은? 누군가 조금 도와주면 이 가족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다른 자녀들도 잘 클 수 있지 않을까? 자녀들을 건강하게 잘 키우는 것이 범죄 예방에 좋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범죄예방위원님들께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신용회복 지원, 의료 지원, 취업 지원 등 여러 분들이 도와주셨다.

특히,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범죄예방위원님은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지. 조금만 길을 열어줘도 큰 도움이 될 때가 있다"고 하시며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셨다. 10년 넘게 말없이 자립을 지원을 해 주셨고 오히려 "성실히 일해서 내가 더 고맙고, 자식들도 잘 커서 화목한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하시는 말씀이 따듯하고 감사했다.

바쁜 삶 속에서 남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기꺼이 따뜻한 도움을 주시는 분들은 참으로 존경스럽다.


권현유 부부장검사 (청주지검)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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