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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판사 해외연수 특혜 논란이 법원에 주는 교훈

법원이 때 아닌 인사의 공정성 문제로 술렁이고 있다. 당초 해외연수 대상자 명단에 없던 판사가 갑자기 해외연수 대상자로 선정되자 일선 판사들이 원칙에 없는 특혜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법원행정처는 법원 내부전산망에 해명의 글을 올려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했지만 판사들의 의구심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굳이 해외연수 대상자 선발의 절차와 원칙을 깨면서까지 일사천리로 특정 판사에게 편의를 봐준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일부에서는 '윗선'의 개입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도 제기하고 있다. 결국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판사들의 여론 수렴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공개적으로 대법원에 관련 진상을 밝혀달라고 요구하는 데까지 이르렀고,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귀결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른 조직과 달리 법원의 인사 문제는 유독 세간의 관심을 많이 받아왔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한 법관들이 좌천성 인사를 당하거나 법복을 벗는 사례들이 있었고, 이런 일들은 당시 정권의 비민주성을 상징하는 사건이 됐다. 그래서인지 이후 법원은 비교적 기계적인 인사원칙을 정하고 이를 매년 관철시킴으로써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키려 노력했다. 간혹 고등법원 부장판사 인사나 일부 선발 인사와 관련해 잡음이 발생한 적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법원의 인사 관행이 다른 공조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명하고 예측가능성이 높다는 점에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이 있어왔다. 그러기에 이번 해외연수 관련 문제는 예사롭지 않다.

특히 최근 등장한 MZ세대들은 '공정'에 상당히 민감하다. 대기업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의 부정이나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 사건을 보더라도 공정의 문제가 우리 국민들에게 얼마나 예민한 문제인지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이번에 문제가 된 판사에 대해 '근무태도가 성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판사들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야당 의원은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질의하면서 '해당 판사가 올해 들어 처리한 사건 수가 너무 적다'고 질타했다. 그 판사가 해외연수에 선발될 만큼 뛰어난 자질을 보여준 것도 없다는 말을 하는 판사들도 있다. 본래 해외연수 선발 절차상의 특혜 문제로 시작됐지만 특정 판사의 근무태도까지 도마에 오르는 상황인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고등부장 승진제도가 폐지되는 등 법원 인사제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해외연수 대상자 선정, 재판연구관 발령과 같이 선발인사가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남아있다. 법원은 공정과 형평의 상징적인 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권력의 사법부 독립성 침해라는 문제까지는 아니더라도 법원 인사가 원칙을 지키고 공정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게다가 고등부장 승진제도 폐지와 '웰빙 판사'의 등장으로 인해 법원 외부에서는 판사 근무평정의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에 대해 대법원은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문제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것인지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 지금은 대법원의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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