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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준법의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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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며 독배를 들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일까?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는 일본 법학자인 오다카 도모오가 1937년 '법철학'에서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신 건 악법도 법이기에 이를 준수한 것이라고 한 데서 와전된 것이라고 한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나 '크리톤'에는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한 것이 없음을 보면 소크라테스가 그와 같은 말을 한 것이 아님은 분명한 듯하다. 그럼에도 스크라테스의 독배 이야기는 철저한 준법정신 함양을 요구하는 훌륭한 교육자료로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고대 로마의 법률 격언에 "법은 엄하지만 그래도 법(dura lex, sed lex)"이라는 말이 있다. 불합리한 법이라 하더라도 법체계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법은 사회적 약속이다. 법이 마음에 안 들거나 불합리하다고 하여 지키지 않는다면 사회적 약속은 깨지게 되고, 사회의 존립이 흔들리게 된다. 그러기에 악법이라고 하여 이를 무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더욱이 법을 선한 법과 악한 법으로 나눌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악법은 '악한 법'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악하다'는 것은 가치판단의 문제이므로 각 개인, 집단에 따라 주관적이며 상대적인 의미를 가진다. 나에게는 악법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선법이 될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악법에 있어 '악하다'는 평가를 선악의 문제에 있어 '악'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악한 법이라는 것은 선악의 관점에서 악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악법이란 무엇인가? 오늘날의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국가에서 악법이란 수범자인 국민이 지키기 어려운 법, 곧 국민에게 준법을 요구할 수 없는 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실질적 법치주의와 적법절차의 원리하에서의 준법은 '정당한 법'과 '정당한 법집행'을 전제로 한다. '정당한 법', '정당한 법집행'이란 실질적 법치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에 부합하는 법과 법집행을 뜻한다. 곧 법의 형식과 실체적인 내용, 목적 모두 정당해야 하며, 모든 국가 작용이 그와 같은 정당한 법률을 근거로 적법한 절차에 의해 행해질 때 비로소 준법이 가능해지고 요구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언론중재법, 사립학교법 등 일련의 법률 개정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국회의 입법과정을 보면 수적 우위에 기반한 다수결 논리는 존재하나, 다양한 의견의 수렴과 충분한 논의와 토의는 보이지 않으며, 정략적 타협은 존재하나, 토론과 설득의 반복을 통한 차선의 선택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국회의 기본적인 책무 중 하나는 입법과정을 통하여 사회 각계각층의 갈등과 대립을 조화롭게 통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의 극단적인 갈등양상을 해소하지 않고 그대로 입법과정에 투영하는 것은 절차적으로도, 실체적으로도 법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당성이 없는 법은 준법을 요구할 수 있는 실질적 타당성이 결여되어 법으로서의 규범력과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 악법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증명해 줄 것이다. 다만 그 때까지 수범자에게 요구되는 준법의 부담은 심히 무겁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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