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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발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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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외의 무언가가 권리의 주체가 되는 것은 법인이 현재까지 유일하다. 현재의 우주 탐사에 비견되는 큰 사업이었던 항로 개척과 대양 무역을 위하여 1602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설립된 이래 법인은 사람이 아님에도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고 법적 주체로 성공적으로 작동해 왔다. 법인이라는 게 형체가 없다 보니 당시에도 여기에 오롯이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하여는 격렬한 논의가 있었고 회사에 대한 별도의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과 회사가 무한책임을 지는 것과는 별개의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19세기 중반까지도 영국의 주식회사법상 유한책임이 표준적인 원칙이 되지 못하였다고 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1931년까지는 회사 채무에 대하여 주주들이 개인적으로 무한책임을 졌다고 한다(회사법의 해부, 김건식 등, 34면).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새로운 법인격에 대한 고민을 재차 하게끔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 개발기업인 이매지네이션 엔진의 창업자인 스티븐 탈러는 2018년에 인공지능 시스템인 다부스(DABUS)를 발명자로 하여 16개국에 특허 출원을 하였다. 특허출원된 발명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프랙탈(fractal) 디자인을 이용한 음식 용기(food container)이고, 다른 하나는 신경동작(neural activity)의 패턴을 모방하여 깜박이는 램프(lamp)에 대한 발명이라고 한다. 미국, 영국, 유럽 특허청은 개인이 아닌 회사나 법인, 장치 등은 발명자로 표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특허 신청을 거절하였고, 우리나라도 특허법상 개인만 발명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보정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호주 연방법원은 7월 30일 출원 신청을 기각한 특허청의 결정을 뒤집고 다부스를 발명자로 인정하였다(Thaler v. Commissioner of Patents 2021 FCA 879). 이 판결은, 호주 특허법에는 인공지능이 발명자(inventor)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고, 저작권법과 달리 특허법에는 비인간 발명자를 배제하는 특별한 측면이 있는 것도 아니며, 특허법의 목적을 고려하면 그 혁신이 인간에 의한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그 혁신을 지속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발명자(inventor)의 용어를 해석하여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이처럼 전향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AI 기술이 발명에 보호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기 위하여 특허청에서 전문가 협의체를 발족하여 논의하고 있고, 국가지식재산위원회도 저작자 및 발명자로 인공지능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원칙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저작자와 발명자의 지위를 보장하도록 한 헌법과의 관계는 어떻게 볼 것인지, 발명자의 개념을 확대하는 것이 기술의 혁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쟁점에 대한 천착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강태욱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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