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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액사건 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기대한다

과연 우리는 얼마 정도의 금액을 소액이라 말 할 수 있는 것일까? 각자 자신이 처해 있는 경제적 상황이나 심리적 기저에 따라 다를 수 있는 상대적 개념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우리나라 소액사건심판법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이 금액을 대법원규칙에 의해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201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대법원규칙은 그 소액을 3000만 원을 초과하지 않는 금전 기타 대체물이나 유가증권금액이라고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한 해가 2017년(31,734달러)이었다. 그후 2018년(33, 564달러), 2019년(32,115달러), 2020년(31,755달러) 등 국민 소득 3만 달러의 추세는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통계적으로 단순화하자면, 남녀노소, 취업자·실업자를 불문하고 전 국민이 1년 동안 벌어들이는 연간 평균 소득이 3만 달러인 셈이다. 어떤 이의 연봉(年俸)이라고 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렇다면, 3000만 원을 기준으로 소액인지 여부를 가름하는 것 자체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선 3000만 원을 초과하지 않는 금액 전체를 소액으로 간주하고 있는 현행 소액심판법 관련 규정의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소액사건심판법이 적지 않은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예컨대, 상고나 재항고는 일정한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고(동법 제3조), 변론기일을 즉시 지정하고, 원칙적으로 1회 변론기일로 심리를 종결하며(동법 제 7조), 판결서에는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동법 제11조의 2). 신속한 재판을 구현한다는 목적 하에 우리나라 전체 민사소송 사건의 70%에 달하는 소액 사건의 대부분이 이러한 특례에 의하여 처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판결서에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금전 거래의 실체에 대하여 민사 소송에서 당사자들이 치열하게 다투는 사안의 경우에는 원고든, 피고든 판결 결과뿐 아니라 그 이유에도 깊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당사자들은 자신이 제기하는 주장과 입증이 국가 사법권에 의하여 어떻게 판단받는지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 사법부가 제공하는 공적 서비스의 일환임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깜깜이 판결문'에 의하여 국민의 정당한 재판청구권이 제약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만흠)가 '소액사건 제도의 운영 현황과 개선 과제'보고서를 발간하여 소액사건 제도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현재 국회에서도 동법 개정안이 2건 발의되어 있다. 이번 기회에 국회와 대법원이 소액사건 제도에 관한 합리적인 개선안을 도출하여 주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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