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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의 시대, '합법적 병역기피'는 여전히 유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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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20도쿄올림픽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올해는 유독 메달을 획득한 선수보다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아름다운 4등'들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육상 높이뛰기의 우상혁선수와 김연경 선수가 속한 여자배구에 대한 관심이다. 반면, 잔뜩 기대를 안고 메달을 획득을 노린 야구팀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동메달이 걸린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동메달을 따도 군대 보내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야구 대표팀에 쏟아진 비난의 이유는 중간 중간 보여준 불성실한 태도 뿐 아니라 메달이 곧 '군 면제'라는 병역특혜가 출전 6개국 중 3위라는 '동메달'에게도 주어지는 것이 수많은 선수들과 경쟁하여 얻어낸 타 종목과 비교하여 과연 공정한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


인생의 중요한 시발점인 20대에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헌법상 국민의 기본의무이고, 합리적인 기준과 국민적 합의 없이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면서까지 특혜가 있어서는 안 된다. 프로종목의 선수들이 2년여의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기량의 저하와 경제적 손실을 감안해 특혜적용에 그 누구보다 민감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특혜를 '합법적 병역기피'라고 인식하고, 각종 국제대회를 앞둔 미필 남자선수들이 자신의 SNS에 기필코 메달을 획득해 병역면제를 받겠다는 각오를 올리고, 프로종목에서는 무리한 와일드카드(출전자격이 없지만 특별히 출전을 예외적으로 허용한 선수나 팀)까지 사용하면서 승리를 위해 팀을 구성하여 출전하는 것이 과연 공정하고 평등한 것인가 하는 의문은 든다.

소외된 비인기 종목에서 또는 이미 세계적으로 넘을 수 없는 기량의 벽 속에서도 소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이루어 낸 선수들의 노력의 땀방울과 몇 개국이 출전하지도 않은 가운데 최고의 기량을 가지고도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지만 운 좋게 메달을 획득한 경우 과연 누가 진정한 '국위선양'을 한 것인가? 이에 대한 판단은 누가 하는 것인지, 특례규정은 여전히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것인지 이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인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은 열심히 하고 얻은 값진 4위 또는 예선탈락에도 스스로 기뻐하고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며, 코로나 블루에 지친 국민들도 이런 선수들에게 오히려 큰 희망을 얻고 박수를 보낸다. 자신의 최고기록과 한국 기록을 갱신하고도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환한 미소로 경기 후 멋지게 거수경례로 "충성"을 외친 국군 체육부대(尙武, 독수리 부대) 소속의 우상혁 선수가 오히려 대한민국 현재의 정전(停戰)상황을 알리고 자랑스러운 군인임을 세계 속에 알린 국위선양을 한 것이 아닐까. '합법적 병역기피'가 되어버린 병역특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공정의 시대를 맞아 다시 한 번 정확한 기준을 마련할 국민적 합의와 법 개정을 위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엽 변호사(법무법인 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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