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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회스타그램]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법조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간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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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고사 후 법대에 진학하기 전까지 법대 진학, 법조인이 되리라 생각해본 적이 없고,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전까지 판사, 검사를 만나 본 적이 거의 없다. 이제는 거의 매일 법원을 오가며 사건을 변론하고 있다. 사법연수원 시절 대강당에서 전체 연수생이 모여 법조윤리 수업시간에 들었던 수업내용 중 기억나는 대목이 하나 있다. 성직자, 의사, 법조인은 가장 오래된 직업군 가운데 하나이지만, 이들 직업이 가지는 공통점은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것에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직업에 종사하면서 그동안 내가 하는 일의 소중함을 알고 있었는지 법조인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법조인이 하는 일의 대부분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있다. 사무실에서, 구치소에서, 경찰서에서, 법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것을 애원하고 심지어는 절규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며, 들은 이야기를 다시 변호사의 입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재구성하는 것 역시 무척이나 힘들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어내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가?

 

사람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 

들을 수 있는 힘 돼  


성서에는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딘다고 하는데 과연 내게 사랑이 있으면 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고, 이것을 힘들어 하는 것은 내게 사랑이 부족한 것인가? 사랑이 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필요한 덕목이라면 사랑은 무조건적인 절제와 인내를 요구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 것 아닐까? 사랑이 아니라 오히려 사실관계를 밝혀내어 진실 내지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열정, 진실에 접근하고 거짓을 차단하는 법이론을 만들어내겠다는 열정 아니면 이를 이겨내는 개개인마다 다른 뭔가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러나 이러한 나름의 결론 역시 이들 열정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되묻게 된다. 헌법재판소장을 하다 퇴임하신 이진성 전 소장님의 인터뷰에 헌법재판이란 무엇인가에서 '법률가는 정의(正義)를 먹고 살고, 그 정의는 인간에 대한 사랑에 바탕을 둔 정의'라야 한다고 하신 내용이 떠오른다. 어디 헌법재판뿐이겠는가? 모든 재판에서, 아니 법정 안과 밖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내가 실천해야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인 것 같다. 사랑이 지루한 법정의 공방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피의자, 피고인과의 만남에서, 재판에서 필요한 사실과는 상관없는 온갖 넋두리를 늘어놓는 의뢰인과의 만남에서 판결의 결과에 상관없이 그들을 승복하게 힘이 있는 것 같다. 결국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은 사랑이리라.


임대진 변호사(경기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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