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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단죄를 넘어 제도 개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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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국정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진실을 은폐하는 공무원들에게 한 마지막 말은 "국정농단 사건은 현대사의 비극이나 더 중요한 것은 실체를 명확히 하여 유사사례의 재발을 막는 것으로, 그것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마지막 소명이 아니겠느냐?"라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4대강 사건 수사에서 '권력자의 정파적 이익에 경도된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와 부정부패 사례'를 경험했었는데, 얼마 되지 아니하여 유사한 구조의 부정부패를 다시 접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처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부정부패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발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 하다가, '수사에서 실체를 최대한 확인해 두는 것이 검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공직자로서의 양심에 호소를 해 보았던 것입니다.

 

최근에 소추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월성원전 사건이나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출금 사건 등과 관련하여 묘한 기시감과 함께 '유사 구조의 부정부패가 반복되는구나!'하는 생각을 하지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그같은 역사의 반복에서, 정체가 아닌 발전을 위해서는 단죄만으로는 부족하고 소추절차에서 확인된 부정부패의 원인을 사회가 공유하면서 그에 기초한 제도적 개선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으로, 그와 같은 '공유'를 가능케 할 소추기관 내부 시스템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대형 사건의 소추절차에서의 경험을 정리·연구하는 작업은 통상 업무와 병행하여 검사 개인이 할 수는 없는 일로서, 그 작업의 전담에 가장 적절한 기관으로서 '검찰도서관'을 신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정 사건의 소추가 종료되면 도서관에서 수사팀의 일부를 파견받아 수사에서 확인된 사실을 연구·정리하고, 결과물의 상급기관 보고 또는 공개를 통하여 정책과 입법에 반영되거나 학자 등의 추가 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의사가 환자의 치료 경험을 학회에 발표하여 개인의 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검사는 소추절차에서의 경험을 공유하여 사회의 병이 치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범죄에 대한 일회성 단죄를 넘어 소추절차에서의 경험이 부패예방을 위한 제도 발전의 씨앗이 되게 하는 것이 공익의 대변자로서 검사의 마지막 소임이 아닐까 합니다.

 

 

강백신 부장검사(서울동부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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