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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판사들의 불법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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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은 당연히 법을 잘 지키고 있을까. 최근 선고된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인터넷 댓글여론조작 사건을 통해 살펴보자.


채널A 기자는 구속기소가 되고 몇차례 공판이 진행된 후에 보석청구가 되었지만 재판부는 미루기만 하다가 6개월 구속만기를 하루 앞두고 구속취소를 해야 할 상황에서 보석결정을 하고 곧 인사이동이 되었다. 강요미수라는 생소한 범죄라서 과연 구속영장이 발부될지 조차 의문이 많았으며, 1심에서 결국 무죄가 선고되었다. 공판이 몇차례 진행되면 무죄 가능성이 상당히 엿보였을 것임이 분명한데도 재판부는 과연 무슨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보석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7일이라는 보석결정기한을 위반하고 4개월이나 지나 구속만기에 어쩔 수 없이 허가를 할 수밖에 없었는가. 불법이 이 사건뿐일까. 사법연감에 의하면, 2019년 보석결정평균처리기간이 지방법원은 17.5일, 고등법원은 28.5일, 대법원은 무려 141일이 소요되었음을 버젓이 통계로 올리고 있는데, 2018년보다 더 심해졌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업무방해죄 외에 선거법위반죄도 병합으로 재판을 받게 되었고, 선거법위반 사건이라 1심은 6개월, 상소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처리해야 하는데도 1심 재판부만 유일하게 5개월 만에 선고했을 뿐이고 2심과 대법원은 다음 심급으로 송부하는 과정에서의 3개월을 제외하고도 각각 1년 7개월과 8개월이나 소요되는 바람에 공소제기가 된 지 35개월 만에 겨우 확정이 되었다. 이 덕분에 김경수씨는 도지사로 임기의 4분의 3을 누렸다고 한다. 핵심적인 업무방해죄에 대해서는 2심과 대법원에서 변경된 내용이 없었고, 1심 재판이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심리에 필요한 기간이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이기에 2심과 대법원의 선거법위반은 참 이해하기 어렵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인사이동으로 재판지연을 변명하고 싶겠지만 선거법위반 사건은 특별히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인사 대상자나 시기가 얼마든지 조정될 수가 있었을 것이다. 법원 전체가 전혀 개념이 없음이 분명하다.

얼마 전에는 울산시장 선거개입사건에서 공판준비절차로만 1년 4개월이나 보낸 재판부가 있어서 기네스북에 올릴 만큼 화제가 되었는데, 윤미향 정대협 후원금 유용사건 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원래 공판준비절차는 공판기일의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심리를 위한 것이고, 사건을 공판준비절차에 부친 뒤 3개월이 지난 때에는 원칙적으로 종결해야 한다. 공판준비기일을 2~3개월에 1회씩 심심풀이로 하면서 공판준비절차의 설립취지를 파괴해버린 책임은 도대체 누가질 것인가. 이쯤 되면 판사들이 법을 위반하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법불감증 수준이고, 위와 같이 법정기간 외에 다른 부분까지 살펴보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관행화된 불법으로 이제 부끄러움도 잊었는가.

이것이 사법적폐가 아니고 도대체 무엇인가. 판사님들, 제발 법을 좀 지킵시다.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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