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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염치와 부끄러움을 아는 법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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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런 말을 듣는 사람일수록 법이 없다면 더 힘들어진다. 법을 교묘히 이용하거나 있는 법조차 무시하며 사는 사람들이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을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사사건건 법대로 하자는 말이 난무하고, 도덕과 정치의 영역에서 그 기준에 따라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법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다. 대학 새내기 법학개론 수업에서 들었던 '법이란 무엇인가'를 떠올려 본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갔던 법철학에서는 어땠는지 돌아본다. 사법시험을 공부하고 실무수습을 하며 현실의 법을 다루는 삶을 살면서 늘 떠나지 않는 질문이다. 과연 법이란 무엇인가.

개인의 사적 자치를 전제하는 민사법의 각종 법조항이 아무리 정치하다 한들 현대사회의 복잡한 분쟁을 방지하거나 사후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각종 형벌법규를 잔뜩 마련해놓은 형사법이 아무리 촘촘하다 하더라도 탁월한 이기성을 바탕으로 한 기발한 범행을 예방하거나 적절한 처벌이 이루어지기도 쉽지 않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상사에서 행정, 노동, 환경 등 다양한 분야로 나아가면 법률관계는 머리를 더 아프게 하고 해결은 난망한 경우가 많다. 도대체 법이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따져 물어도 만족할 만한 답을 얻기 어렵다.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법철학이나 법이론이 아니라 법경험에서 나온 생각이다. 법은 염치이고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아닐까. 모든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오롯이 개인적인 문제일지라도 그마저도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와 관계가 있다. 나아가 거의 대부분의 사회생활은 나와 너, 공동체의 관계 속에서 서로서로 영향을 끼친다. 구체적 기준을 정확히 알면 좋겠는데, 성문법 규정은 대부분 추상적으로 되어 있다. 이럴 때 떠올려야 하는 것이 염치이고 부끄러움이다. 나의 행동이 부끄럽지 않은지, 염치없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물론 염치의 기준을 완전히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절대기준을 낮추지 말아야 한다. 염치와 부끄러움을 아는 법정신과 법행동이 필요하다. 염치와 부끄러움의 법정신과 법행동이 도미노처럼 퍼져나가 법 없이도 사는 세상이 되기를!


류기인 지원장 (마산지원)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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