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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각지대 '후견'과 마이페이먼트, 디지털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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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 1년 반이 지나고 있다. 코로나19가 나쁜 영향만 미친 것은 아니었다. 비대면 생활이 자리잡으면서 관련된 신기술들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1년 반전만해도 개념조차 생소했던 '메타버스'에 적응하려고 필자는 매일 '제페토'에 접속해서 '피드'를 확인한다.

금융권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비대면거래가 정착하면서 영업점들을 대거 축소하고 있다. 2019년 12월부터 정식 시행된 오픈뱅킹 서비스를 통해 하나의 은행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은행의 모든 계좌들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금융위원회는 돈을 예치해둔 은행이 아닌 다른 앱에서 직접 결제나 송금업무를 할 수 있게 되는 '마이페이먼트(거래정보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지급지시 서비스)' 사업을 실시하기 위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A카드를 이용하여 물건을 구입한다고 생각해보자. 현재 기준으로 필자에서 판매자로 돈이 전달되기 위해서는 필자의 돈이 필자 명의의 B은행과 A카드사를 거쳐야만 한다. 필연적으로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이다.

마이페이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면 단순해진다. 필자가 마이페이먼트 업체의 앱을 통해 대금을 결제하면, B은행 결제계좌에서 곧바로 판매자에게 대금이 이체된다. 편리하고 효율적이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거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마이페이먼트 사업으로 금융서비스 고도화, 금융편리성 개선, 저렴하고 편리한 결제·송금, 금융서비스 혁신이 기대된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런 금융혁신에 제도적 사각지대가 있다. 후견이 개시된 사람들이다. 일단 후견이 개시되면 간단한 계좌이체를 위해서도 영업점에 방문해 수기로 전표를 작성해야만 한다. 금융거래내역을 조회하려면 수수료를 납부해가면서 영업점에서 받아야만 한다. 인터넷뱅킹, 폰뱅킹, 신용카드, ATM기기도 사실상 자유롭게 이용하기 어렵다.

후견이 개시되면 본인은 금융거래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후견이 개시되기 전까지 잘 이용하던 금융서비스들도 거절당하기 일쑤다. 기존에 개설한 신용카드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재발행을 하려고 하면 후견이 개시되었다는 이유로 재발행을 거절당하거나, 은행 공동인증서를 발급받아 잘 사용하던 인터넷뱅킹이 제한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앞선 제약이나 거절에 명시적인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기관들의 표준약관을 살펴보더라도 "후견이 개시된 고객에 대해 일정한 수준의 금융거래 또는 비대면거래를 제한할 수 있다" 등의 기재는 찾아볼 수 없다.

후견인이 피후견인을 대리하는 경우 뿐만아니라, 온전한 행위능력을 지닌 피후견인 본인이 위와 같은 금융서비스를 신청할 때도 거절당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금융거래에 대하여는 동의권이 유보되지 않은 피한정후견인이라거나, 한정후견인으로부터 금융서비스 신청에 대한 동의를 얻은 피한정후견인, 행위능력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피특정후견인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살아가는 젊은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들에게 이런 제약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현 상황에서 후견인이 피후견인을 대리하여, 또는 피후견인 본인이 마이페이먼트 서비스에 가입하고, 결제정보를 저장한 뒤, 이용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발전할수록 후견이 개시된 사람들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전통적인 방식'의 금융거래는 점점 불편해질 것이라는 걱정도 된다.

후견이 개시된 사람들에게 새로운 금융서비스들을 허용하는 것이 어려운 근간에는 후견제도에 대한 편견, 판단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제기하는 대표적인 질문은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 치매나 발달장애가 있어 후견인까지 선임된 사람에게 은행 앱을 쓰게 해주면 후견인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더 손쉽게 재산을 빼앗아 갈 수 있는 등 금융사고 위험이 더 커지는 것 아닌지, 둘째, 자칫 그런 서비스를 허용해주었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금융기관이 책임져야 하지 않는지가 그것이다.

그런데, 전자의 우려는 비단 후견이 개시된 사람만 할 것이 아니다. 편리하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로 손 쉽게 금융거래가 가능해짐으로써 일반인에 대한 금융사기피해도 함께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서만 사기이용계좌수가 증가했고,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건수도 인터넷은행만 유일하게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후견이 개시된 경우라면 후견인과 그를 감독하는 후견감독인 또는 법원을 통해 이중·삼중의 안전장치가 마련되기 때문에 금융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더 낮다고도 할 수 있다.

후자의 우려는 금융기관이 후견인이 해당 금융서비스 신청 등을 대리할 수 있는 적법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지와 같은 필요한 사항만 점검한다면 문제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는 더욱 빠르고 혁신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그런 변화에 발맞춰 후견이 개시된 사람들에 대한 인식과 배려도 빠르게 개선될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24일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유통 가능성을 연구하는 용역을 발주하였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에서 가상화폐를 발행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후견이 개시된 사람은 통화조차 보유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배광열 변호사(사단법인 온율)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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