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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Ghosn) is 곤(G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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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Ghosn) 전 닛산-르노 회장. 그는 브라질에서 태어나 중동에서 자란 레바논 혈통의 프랑스인이다. 1999년 도산 위기에 처한 닛산을 구해낸 이후 19년간 닛산-르노 그룹을 이끌었던 그가 두 번 사라졌다(Gone).


2018년 11월 19일 경영 일선에서 사라졌다. 도쿄 하네다 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그는 일본 검찰에 의해 체포됐다. 주된 혐의는 거액의 퇴직보너스를 회사의 사업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곤은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오히려 자신은 르노가 닛산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일본 기업문화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12월 29일 일본에서 사라졌다. 곤은 4개월간 구금되었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던 중 악기 상자에 몰래 몸을 숨긴 채 비행기를 타고 레바논으로 도망갔다. 곤은 일본에서는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어서 탈출했다면서 일본 형사사법절차는 구속된 피의자가 변호인이 배제된 상태에서 자백을 강요받는 이른바 인질사법(hostage justice)이라고 맹비난했다. 일본 법무장관은 "일본 사법시스템에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이 불법 도주할 수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지만, 곤은 올해 7월 13일 BBC와의 영상인터뷰에서 "일본이 인질사법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일본에 가지마라"는 친절한 조언(?)을 하기도 했다. 곤은 레바논에서 재판받을 준비를 하고 있으며 지난 5월 레바논에서 프랑스 수사판사에 의한 심문이 있었다고 한다.

사라진 곤은 구속된 피의자에게 '변호인 접견교통권'과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권'이 왜 중요한지 웅변으로 보여주는 반면교사다.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절차는 지난 20여 년간 피의자와 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미흡하거나 개선할 점이 없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곤이 우리나라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궁금해진다.


정준영 부장판사(서울고법)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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