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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 법사위의 권한 폐지·축소는 신중해야

지난 7월 여당이 18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고 있는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을 여야가 11대 7로 재분배하기로 합의했다. 핵심 쟁점이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야당인 국민의 힘이 맡되 법사위 기능을 본회의에 부의하기까지 체계·자구 심사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고 회부된 법률안에 대하여 체계·자구 심사 범위를 벗어나 심사해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그 후 범여권 강경파 성향 의원 모임인 '처럼회에서는 체계·자구 심사권에 대해 "구시대적 악습이자 잔재"라면서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는 반드시 필요한 기능으로서 함부로 폐지 또는 축소하면 안 되는 것이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은 1952년 3월 도입되어 70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도입 당시 제안자였던 엄상섭 의원은 "모든 법률안은 국가 전체의 법률체계에 통일·조화되어야 하며, 전법과 후법과의 관계, 일반법과 특별법과의 관계, 법률용어 및 조문체제의 통일 등을 고려한 연후에 확정돼야 한다"고 제안이유를 설명했다. 그동안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단계에서 법안 내용 중 본질적인 부분이 수정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의도적으로 법안을 장기 계류시키는 등 법안심사의 신속성이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순기능이 더 많았다. 체계·자구 심사 기능은 본질적이고 중요한 기능인데 법사위 이외에 다른 상임위에 맡기거나 다른 기구를 설치해서 대체하기 어렵다.

국회의 입법 기능에는 한계가 있다. 헌법이 추구하는 근본이념과 기본원리를 존중하고 헌법이 정해준 입법기능의 내용과 범위를 지켜야 할 헌법원리상의 한계를 준수해야 하고, 법규범 상호간에 규범구조나 규범내용면에서 서로 상치 또는 모순되어서는 아니된다. 또 국회의 입법상 재량은 비례와 공평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자의금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등에 의해 제한된다. 양원제를 채택하는 국가에서는 상원이 조정 역할을 담당할 수 있지만 단원제인 우리나라에서는 법사위가 제3자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인 조정 역할을 담당해 왔다. 체계·자구 심사 단계에서 본질적으로 법안 내용의 일부를 건드릴 수 밖에 없는데 그나마 지금은 법사위에서 이를 통해 위헌 소지를 줄이고 있지만 상임위 자체적으로 체계·자구 심사를 맡을 경우 위헌적인 법률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법 개정이 상임위 관련 부처나 이익단체 위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1988년 9월 헌법재판소 출범 이후 법률 또는 명령, 규칙, 처분 등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한 결정은 1849건에 달하는 것이 현실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없애는 대신 국회입법지원처를 신설하는 안을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대표발의하는 등 그동안 법사위원장을 맡지 않은 정당에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없애거나 제한하는 입법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하지만 부작용이나 남용 사례가 있다고 해서 본질적이고 중요한 권한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없애려는 시도는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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