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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초입부터 마비된 형사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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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고소·고발인 등 사건관계인과 변호사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법률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부 경찰 수사관들이 사건 관련 법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조사를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가 하면, 사건 처리가 이유 없이 지연되거나 불송치 결정 이유 등을 사건관계인에게 제대로 통지하지 않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특히 경찰이 업무과중과 증거 미비 등을 이유로 고소장을 아예 접수하지 않고 반려하거나, 피해자인 고소인에게 직접 증거를 확보해 오라고 요구하는 경우까지 나타나 형사절차가 초입부터 마비되고 있다는 아우성마저 터져 나오고 있다.

검찰개혁을 위해 경찰의 수사권을 독립시켜 서로 견제하도록 하고, 국민들이 경찰과 검찰에서 이중으로 수사받는 불편을 없애겠다며 수사권 조정을 추진했지만, 실제 결과는 '경찰의 사건 골라받기', '오리무중 사건처리', '형사사건의 민사화라는 기현상 발생' 등 참담한 셈이다<본보 2021년 6월 17일자, 7월 19일자 각 1면 참고>.

급기야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경찰이 고소·고발 사건 수사를 지연시키고 사건 진행상황을 제때 통지하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내놨다. 권익위 경찰옴부즈만은 앞서 올 3월 수사 지연 방지 등 수사절차 준수를 위해 경찰청에 주기적인 점검과 실효성 있는 이행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지만, 지금까지 수사 지연과 진행상황 미통지 관련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사권 조정 전 경찰이 최종적으로 검찰의 지휘통제를 받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았던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통제에서 벗어난 이후 잇달아 불거지면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이 충분한 준비와 역량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덜컥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한 결과다. 경찰의 권한은 커졌지만, 커진 권한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부작용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경찰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수사권 조정 등 대대적인 형사절차 개편을 단행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그러한 개혁이 실제로는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면 당연히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형사사법제도는 실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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