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초포럼

진실이 고양이를 죽이는 호기심을 이길 수 있을까?

171611.jpg

'검언유착' 사건에 대하여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였다. 법원의 판단은 큰 의미가 없다. 네 편, 내 편에 따라 평가도, 반응도 다를 뿐이다. 정 모 차장검사에 대한 독직폭행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사는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고, 변호인은 "독직폭행이 아닌 법령에 따른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반박하였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검사도 피고인도 모두 현직 검사이다. 김 모 전 차관 불법출금 사건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하였다는 직권남용 혐의로 5월 12일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모 검사장은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으로 승진하여 근무하고 있다. 그는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는 등 불법행위를 한 적이 없으며, 재판과정에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했다. 기소한 사람도, 기소된 사람도 모두 검사이다. 이들 사건에서는 의견의 충돌이 아니라 검찰의 존재가치에 대한 검사들의 자기부정이 있을 뿐이다. 법무부장관은 4개월에 걸친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에 대한 법무부와 대검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검찰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죄로 인정한 사안에 대하여 재심청구의 법적 절차는 도외시한 채 감찰을 통하여 절차적 정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감찰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지금 우리는 비이성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를 가리는 사법절차 내에서 진행되는 일들임에도 진실은 안개 속에 감추어져 있다가 드러나지 않고 사라져 버리는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접하는 많은 사건들에서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진실보다는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이 더욱 효율적인 주장이 되었다. 인간의 이성은 탈진실(post-truth), 포스트 팩트(post-fact)라는 말과 함께 무시되고 있다. 가상세계의 발달은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메타버스(Metaverse)의 세계에서는 현실과 가상이 구별되지 않고, 사실과 가짜, 허구와 진실의 경계선은 점점 더 모호해지기만 할 것이다. 무엇이 진실인가는 중요하지 않은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변호사의 세계에서도 진실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이길 것인가? 허구이든 대안적 사실이든 중요하지 않다. 그럴 듯하게 꾸며 마치 있는 일인 듯 느껴지면 되고, 감정에 호소가능하다면 충분하다고 느낀다. 사법절차는 무엇이 진실인지를 가리는 절차이다. 그러기에 "사실을 말하라, 그리하면 권리를 주리라(da mihi factum, dabo tibi ius)"라는 법언이 있는 것이 아닐까?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권리를 얻을 수 없어야 함에도 권리를 얻는 것이 가능한 시대이기에 진실이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된 것은 아닐까? 지금은 객관적 진실은 무시되고 수 많은 주관적 진실들만이 난무하고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대안적 사실은 명백히 거짓(fake)이다. 호기심(인간의 탐욕, 욕심)은 목숨이 아홉 개인 고양이도 죽인다고 한다. 진실이 '고양이를 죽이는 호기심'을 이길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시대이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미국변호사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