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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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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판 계속 중인 형사사건은 피고인 수 기준, 약 10만 건이라고 한다. 오늘도 수백 건의 형사사건이 각지의 법정에서 진행되고 있을 터이다. 그런데, 2022년 1월 1일부터 형사증거법의 중대한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개정 형사소송법 제312조 1항). 이제 검사 피신도 경찰 피신과 마찬가지로 '내용 인정'이 되지 않는 한 증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개정법(신법)의 시행일 이전부터 진행되어 오던 수많은 사건에서, 검사 피신의 증거능력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어찌 된 셈인지 당연히 있을 법한 경과규정을 찾을 수 없다. 만일 신법 시행일까지 증거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신법에 따른 증거조사를 거쳐 증거능력을 판단하면 될 것이다. 문제는 개정전 법(구법)에 따른 증거조사를 마친 경우이다. 검사 피신에 대하여 구법에 따른 증거능력이 부여된 이상 그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있고, 신법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신법에 따라 피고인이 내용 인정을 한 경우에만 검사 피신을 증거로 삼을 수 있으므로, 신법에 따른 증거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다.

형사절차의 핵심인 증거법 적용 여부에 대하여 재판부마다 해석이 다를 경우 초래될 혼란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러나 간단명료한 해결책이 있으니 기우에 그치리라. 2007년 개정 형사소송법 부칙처럼, '신법은 시행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도 적용된다'고 규정하면서, '다만 구법에 따라 행한 행위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단서를 두는 부칙 개정안이 시행 전에 마련될 것으로 믿는다.

사실 이와 같은 경과에 관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검사 피신 증거능력에 관한 대전환은 상상 이상의 변화와 애로를 가져올 수 있다. 조서재판을 멀리하고 공판중심으로 가야한다는 대전제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검사 피신 증거능력의 배제 결과, 더 나은 수사와 재판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재판실무에서 검사 피신은 유죄의 입증과 피고인 주장의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자백한 경우는 물론, 부인하더라도 진술 자체의 불합리성이나 진술 사이의 모순, 공범 진술과의 차이, 객관적 상황이나 자료와의 모순 등 진실을 캐기 위한 요소들이 산재해 있었다.

앞으로 검사 피신을 대체하여 조사자 증언(형사소송법 제316 1항)이 활발히 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조사자가 조서의 내용을 달달 외워 법정에서 재현한다면, 피신에 대한 증거능력 부정이 얼마나 소용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기억의 한계와 확증편향의 소지가 큰 조사자 증언의 진위를 어떻게 가려낼지, 기억의 환기를 위한 피신 활용은 어느 정도 허용될지 정해지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재판을 받아야 하는 국민은 두려울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과 법원의 철저한 준비, 형사공판 인력의 증원이 필수적이다.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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