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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의 연원, 경제민주주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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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경제민주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민주주의

2016년 6월 21일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은 국회연설에서, 한국경제가 가야 할 길은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이며, 이를 위해 기본소득, 최저임금 두자리수 인상,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경제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새로이 제시했다.

문재인정부는 포용적성장, 즉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미련없이 실천했으나, 2021년 한국경제는 포용적 성장이 아니라, 파멸적 파탄에 직면했다. 포용적 성장이 포용해야 하는 자영업자들, 청년들은 알바도 구하지 못해 실업자로 전락했고 부동산가격은 역대 최대치로 폭등했다.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는 경제문제에서 정치문제로 비화되었다.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를 치유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할 때 가장 위험한 정부의 실패(government failure)가 극단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정부개입이 시장의 가격기능을 대체해서는 안된다는 원칙, 완전경쟁가격체계의 원칙(오이켄의 질서자유주의의 첫번째원칙)을 인위적으로 파괴한 결과는 참혹한 것이다. 경제민주화정책이 경제파탄정책이라니. 비극인가 희극인가(필자, 법률신문(2021.05.17.)(2007.01.08.), 헌법상 소위 경제민주화조항의 남용에 대하여 ; 오이켄의 질서자유주의와 사회적 시장경제의 본질).


독일 사민당의 수정주의, 나프탈리의 경제민주주의

1848년 마르크스는 공산당선언에서 착취와 소외의 원인인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의 철폐와 프롤레타리아독재, 계급혁명을 선포했으나(필자, 법률신문(2021.06.14.), 중국헌법상 소위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본질에 대하여), 1871년 파리코뮌이 무력진압되고, 1883년 마르크스가 사망하자, 유럽의 공산주의운동을 주도한 제1인터네셔날은 해산했다. 20세기 제국주의시대가 도래하자 초기자본주의는 금융자본주의, 국가독점자본주의로 진화했다. 제2인터네셔날이 이끈 유럽 사회주의운동은 마르크스의 프롤레타리아독재, 계급혁명노선을 폐기했다. 제2인터내셔날은 카우츠키, 베른슈타인, 힐퍼딩 등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장악했고, 이들은 1917년 러시아혁명을 성공시킨 레닌의 볼세비키당, 이들과 연대한 독일 로자룩셈부르크와 대립했다.

베른슈타인(Eduard Bernstein)은 20세기 발전한 독점자본주의하에서는 자본주의는 붕괴하지 않고 지속될 것이므로, 노동자들의 무장봉기나 급진적 혁명노선을 폐기하고, 노동조합운동, 의회진출 등 점진적 전진을 통한 권력 획득, 즉 사회민주주의 노선(수정주의)을 제창했다.

힐퍼딩(Rudolf Hilferding)은 바이마르공화국에서 프롤레타리아 계급정당인 독일사민당(SPD) 집권시에 재무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금융자본주의의 안정적 성장과 사회민주주의자들의 의회참여로 인해, 자본주의는 본질적 모순이 심화되고 붕괴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본주의가 조직적으로 잘 관리될 수도 있고 자본주의적 무정부성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분석했다(조직화된 자본주의론). 힐퍼딩은 금융자본에 의해 조직된 자본주의를 사회민주주의자들에 의해 조직화된 자본주의로 대체함으로써 보다 점진적으로 사회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힐퍼딩, 금융자본 Das Finanzkapital).

이러한 힐퍼딩이론을 바탕으로 1928년 독일노동총연맹(DGAB)의 나프탈리(F.Naphtali)가 최초로 ’경제민주주의(Wirtshaftedemokratie)’라는 개념을 제시했다(나프탈리, 경제민주주의의본질·방법·목표 Wirtschaftsdemokratie, Ihr Wesen, Weg, Ziel).

 

 경제민주주의는 사회주의로의 점진적인 이행전략으로 제안한 개념으로서, 구체적인 정책으로 주요산업(금융)국유화, 기업의 공동결정제(노동이사제)등 을 제시했다.

1933년 히틀러의 나치정권이 수립되면서 바이마르공화국은 소멸했다. 2차 대전에서 독일이 패전한 이후, 집권한 기민당(CDU) 아데나워 정부의 에르하르트 경제부장관은 ‘발터 오이켄의 질서자유주의에 기초한 사회적 시장경제’를 내세우면서, 사민당의 경제민주주의 노선을 파기했다. 기민당의 질서자유주의노선은, 정부는 시장경제의 ‘질서’ 확립에만 개입하며 경제활동은 개인과 기업의 자유에 맡긴다는 원칙(정부불개입주의)으로, 사민당의 경제민주주의(정부개입주의)와는 정반대의 대립개념이었다.

1959년 독일사민당은 고데스베르크강령으로 마르크스주의를 포기했고, 2007년 함부르크강령 이후 경제민주주의를 사실상 폐기했다. 2005년 이후 독일 기민당 메르켈 정부는 질서자유주의가 성장 뿐만 아니라 소득분배에서도 우월함을, 독일 및 유럽 좌파정당들의 경제민주주의가 성장과 분배를 모두 저해하며, 제3의 길(영국 토니블레어의 신좌파, 독일 슈뢰더의 신중도)도 환상에 불과함을 실증하고 있다.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달의 경제민주주의

1981년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로버트 달(Robert Dahl)이 ‘경제민주주의’론을 주장했다(로버트 달, A Preface to Economic Democracy). 그는 정치영역에서 민주주의의 중추적 원리가 자기통치원리이고, 기업에서도 노동자들의 자기통치원리가 사유재산보호원칙 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경제민주주의를 위해 노동자들이 기업의 소유와 경영에 참여해야 한다는 자치기업(self-governing enterprise)이론을 주장했으나, 현실의 경제는 그의 이론을 외면했다. 로버트 달은 탁월한 정치학자였으나 경제학은 문외한이었다.


21세기 한국에서 부활한 경제민주주의, 경제민주화

독일에서는 이미 무덤속에 들어간 경제민주주의가 1987년 한국헌법119조2항 경제민주화 조항(정부의 광범위한 경제개입조항)으로 부활했다. 독일 질서자유주의의 경제정책노선인 사회적 시장경제노선(정부불개입주의)은 우리 헌법재판소에서 광범위한 정부개입주의를 의미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라는 법리로 탈바꿈했다. 독일에서 우파이론이 한국 헌법재판소에서 좌파이론으로 세탁된 것이고, 독일에서 아담스미스가 한국에 와서 케인즈로 뒤바뀐 것이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혼동과 혼란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즉 헌법재판소가 우리헌법119조의 경제질서를 헌법119조2항의 ‘경제민주화’ 이념에 근거한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라고 판시하자(헌재 2001.6.28자 2001헌마132: 헌재 2003.11.27자 2001헌바35), 한국정치는 우리헌법119조1항의 원칙인 자유시장경제질서의 원칙을 애써 외면한 채, 우리헌법119조의 경제질서는 독일 사민당식의 ‘경제민주주의’ 이념에 근거한 ‘사회민주주의적’ 시장경제질서라고 오독해온 것이다. 무지의 극치인 희극이다.

그런데 2017년 5월 문재인정부가 출범하자 경제민주주의, 경제민주화라는 유령은 현실의 권력으로 부활하여 2021년 현재까지도 그 유령이 보호하고자 했던 사회적 약자들을 파멸로 내몰고 있다. 중산층과 서민들이 몰락하고 경제양극화가 극에 달하면, 경제민주주의가 지향했던 정치적 민주주의 역시 파멸하게 되고, 전제정치가 등장할 것이다. 재벌, 조직된 노조, 이들을 뒷받침하는 정치권력 등 독점력을 지닌 지대추구(rent-seeking)세력들만 살아남고 대다수의 주권자들은 그들의 지대추구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경제민주화라는 유령은 헌법재판소의 희대의 착오인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라는 가면도 벗어 버리고, 인민민주독재하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중국헌법15조)가 자신의 진짜 얼굴임을 공공연히 선포할런지도 모른다. 중국헌법상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중국공산당 영도하의 인민민주독재라는 절대적인 한계내에서만 허용되고(중국헌법1조, 중국공산당규약총강령), 이점이 현재 중국경제발전의 주요모순이다. 중국헌법 보다 상위규범인 중국공산당규약총강령 조차도 ‘인민의 수요와 생산력 발전에 적응되지 않는 상부구조(사회주의 정치체제)의 개혁이 근본과제’라고 명시하고 있다(필자,법률신문(2021.06.14.), 중국헌법상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본질에 대하여).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은 시대를 거슬러 1920년대 사회주의 혁명의 시대에 독일 사회주의정당이 추구했던 경제민주주의 노선으로, 1981년 경제학의 문외한인 미국 정치학자의 낭만적인 서사인 경제민주주의 이론으로 퇴행하고 있는 것이다.

칼 마르크스의 예언처럼 “세계사적 사건은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마르크스, 루이보나파르트 브뤼메르 18일) 그러나 “희극(경제민주화가 사회적 시장경제라니 이는 희극이다!)으로 반복되는 것이 원래 비극보다 훨씬 더 끔찍한 것이다“(마르쿠제 H.Marcuse)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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