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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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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나이 든다. 당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종종 늙는 것을 잊곤 한다. 특히 젊고 건강하면 오늘 살기도 바쁘다보니 노년과 아플 때를 생각할 틈이 없다. 어느새 나이 들고 어쩌다 아프다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서글픔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쑤욱 밀려 올라온다. 나이 들어 몸 이곳저곳 불편하기 시작하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그것들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 이상할 정도다, 정도와 시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이 듦과 장애를 다르다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느 순간 글자가 흐릿하게 보여 조금 거리를 띄우면 선명하게 보일 때, 속칭 노안이 그렇다. 중년이후에는 가스레인지 위에 음식을 올려놓곤 절대 불 앞을 떠나서는 안 된다. 순간 가스레인지 위 음식을 잊었다가 타는 냄새를 맡고서야 '아차차!' 하기 십상이다. 치매까지 얘기할 것도 없다. 반사 신경이 느려지는 것은 물론이고, 계단은 왜 이리 많지 한다. 그렇다, 늙음과 장애는 다르지 않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자연스런 변화이다, 원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런데도 우리는 늙음보다 장애를 더 불편하게 생각한다. 늙음은 누구에게나 일어나지만, 장애는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 나 개인에게 꼭 일어나지 않는다 하여도 내 가족, 친구, 동료, 이웃에게 일어나는 것이 나의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말을 섞지 않는 관계여도 우리 모두는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물을 마시는 운명공동체다. 그(녀)가 힘들면 나도 힘든 것이 정상이다. 그래야 내가 힘들 때 그(녀)도 함께 울어준다.

'장애인사법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2013년 7월 첫 발간되었고, 2020년 5월 개정판이 발간되었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기는 하지만, 사법절차에서 (나이 듦을 포함한) 장애로 인하여 접근하기 힘든 부분을 제거하고 정당한 편의제공을 할 수 있는 작은 토대는 마련되었다. 사법영역에서 장애로 인한 각종 장벽을 제거하여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실질적으로 동등하게 사법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 및 제도적 노력은 계속 확대되어야 한다. 장애와 늙음은 나와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니까.


류기인 지원장 (마산지원)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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