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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의 수도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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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행정수도 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이하 간단히 ‘신행정수도법’이라 한다.)이 2003. 12. 29. 국회에서 절대적 다수의원의 찬성(투표수 194, 찬성 167, 반대 13, 기권 14)으로 통과되었고, 2004. 1. 16. 공포되었다. 헌재(이하 간단히 ‘헌재’라 한다.)는 2004. 10. 21. 이 법을 위헌으로 결정하였다(2004헌마554. 이하에서 간단히 ‘이 사건 결정’이라 한다.). 이 사건 결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관습헌법 이론이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은 신행정수도법이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에 위반되어서 위헌이라고 결정된 것으로 안다. 그렇지 않다.

헌재는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을 확인(또는 ‘창설’)하고도 신행정수도법을 위헌이라 결정할 수 없었다. 심판의 형식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이었기 때문이다. 이 헌법소원의 경우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가 침해된 경우에만 인용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에 주관적 공권성은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래서 헌재가 ‘고심하여’ 도입한 것이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였다는 논리였다. 헌재는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 위반을 이유로 위헌 결정한 것이 아니라, 국민투표권이 침해되었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하였다.


2. 헌재의 논리

헌재는, ①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이 있다, ② 헌법을 개정하려면 헌법 제130조가 정한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두 가지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신행정수도법은 “우리 헌법의 내용을 헌법개정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하위 법률의 형식으로 변경하여 버린 것”(판례집 16-2하, 1, 33쪽. 이하에서 쪽수만 표시된 것은 이 판례집의 그것이다.)이고, “헌법개정에 의하여 규율되어야 할 사항을 단순 법률의 형태로 규율하여 헌법개정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국민투표를 배제한 것”(34쪽)이며, “헌법개정에 의해서만 변경될 수 있는 중요한 헌법사항을 이러한 헌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단순법률의 형태로 변경한 것”(49쪽)이고, “헌법개정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수도를 충청권의 일부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이 사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헌법개정사항을 헌법보다 하위의 일반 법률에 의하여 개정하는 것”(50쪽)이어서, 결국 “이 사건 법률은 헌법개정사항인 수도의 이전을 위와 같은 헌법개정 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단지 단순법률의 형태로 실현시킨 것으로서 결국 헌법 제130조에 따라 헌법개정에 있어서 국민이 가지는 참정권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의 행사를 배제한 것이므로 동 권리를 침해”(50-51쪽)하였다는 결론이 이르렀고, 이러한 논리를 기초로 해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인용하여 신행정수도법을 위헌이라 결정하였다.


3. 검토

헌재는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을 확인 내지 창설하고도 ‘소기의’ 위헌 결정을 할 수 없음이 확인되자 새로운 논리를 만들었다. 즉 신행정수도법으로, 즉 국회가 법률을 제정하는 방법으로 헌법을 개정하였는데, 헌법개정에 필요한 절차, 헌법 제130조가 정하고 있는 국민투표를 안 거쳤으니 청구인들이 가진 국민투표권이 침해되었다는 논리를 세웠다.

그러면,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으로써 상위법인 헌법이 개정될 수 있는가? 헌재는 이 사건 결정에서 법률로써 헌법을 개정할 수 없다는 일반론을 상세히 설명하였다. “헌법의 개정절차와 법률의 개정절차를 준별하고 헌법의 개정절차를 엄격히 한 우리 헌법의 체제 내에서 만약 관습헌법을 법률에 의하여 개정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관습헌법을 더 이상 ‘헌법’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고 단지 관습‘법률’로 인정하는 것이며, 결국 관습헌법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결과는 성문헌법체제하에서도 관습헌법을 인정하는 대전제와 논리적으로 모순된 것이므로 우리 헌법체제상 수용될 수 없다.”(48-49쪽)고 단언하였다. 그런데, 이 일반론은 결론을 도출하는데 사용되지 아니하였다.

앞의 일반론을 헌재가 받아들이지 아니한 것은 아래의 사례에서도 분명하다. 이 사건 결정 이후에, 헌법 제130조의 국민투표권이 문제된 다른 하나의 결정(헌재 2013. 11. 28. 2012헌마166. 이하 ‘FTA 결정’이라 한다)이 있었다.

이 FTA 결정에서 청구인 오승철 변호사는 한미무역협정이 청구인의 (국민투표권 외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투표를 거치지 아니하고 헌법의 변경을 초래하였으므로 청구인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 사건 결정의 논지를 그대로 원용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청구인은 분명하게 이 사건 결정의 흠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헌재로서는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만약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법률로써 헌법이 개정되어질 수 있고, 국민투표권이라는 매개를 통해 그 과정을 심사할 수 있다고 하면, 헌재법 제68조 제1항의 특성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든다. 즉 헌법상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에만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는 법문은 무의미한 것으로 되고, 어떠한 헌법 규정에라도 위배되는 경우라면 국민투표권 침해 주장을 통하여 위헌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다른 한편, 청구인의 주장을 배척하게 되면, 즉 법률의 개정으로써는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다고 보면, 이 사건 결정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것으로 된다. 헌재는 딜렘마에 빠졌다.

헌재는 이 딜렘마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성문헌법과 불문헌법을 구별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헌재는 양자를 구별하여, “헌법에 의하여 규율되고 개정되어야 할 사항을 입법자가 법률의 형태로 규정하여 국민이 헌법 제·개정에 관하여 가지는 권한을 침해할 수 있”(판례집 25-2하, 559, 563)지만, “성문헌법과 양립할 수 없는 내용의 법률이 제정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법률은 위헌적인 법률로서 헌법이 정한 규범통제의 대상이 될 뿐 헌법을 개정하는 효력이 없”(판례집 25-2하, 559, 562)다고 판시한 후,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각하하였다. 불문헌법을 개정하는 내용의 법률은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여 위헌이지만, 성문헌법을 개정하는 내용의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은 각하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불문헌법이 성문헌법보다 그 효력이 강하다. 불문헌법은 성문헌법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

FTA 결정을 통해 분명해진 것은, 헌재도 이 사건 결정이 법률에 의하여 (불문)헌법이 개정될 수 있음을 전제로 논리가 전개되었다는 점과, 신행정수도법이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을 개정하였다는 것을 인정하였다는 것이다.

신행정수도법은 헌법을 이렇게 개정하였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대전광역시·충청북도 및 충청남도 일원이다.’ 거칠되 간단하게 말하면 ‘대한민국의 수도는 세종시다.’ 헌재의 논리를 따른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불문)헌법상 수도는 세종시다.


4. 결론

헌재의 관습헌법이론과 국민투표권 침해의 논리를 받아들이면 신행정수도법이 위헌이라 하더라도 ‘대전광역시·충청북도 및 충청남도 일원’을 수도로 하는 새로운 불문헌법이 형성된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 헌법상 대한민국의 수도는 ‘대전광역시·충청북도 및 충청남도 일원’, 조금 거칠게 말하면 ‘세종시’다. 이를 전제로 한다면 청와대와 국회가 수도 아닌 곳에 소재하는 현재의 상태가 위헌적인 것이고, 당연히 ‘대전광역시·충청북도 및 충청남도 일원’으로 이전되어야 한다. 한편,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청와대와 의회가 ‘대전광역시·충청북도 및 충청남도 일원’으로 이전하는데 헌법을 개정하여야 할 필요가 없다. 이미 헌법은 개정되어 있다. 헌재는 그렇게 말하였다.

헌재는 관습헌법을 확인 또는 창설하고도 헌법소원심판의 특수성 때문에 신행정수도법이 위헌이라는 결론을 뒷받침하지 못하자, 신행정수도법이 청구인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는 논리를 구성하였다. 그 과정에 법률에 배치되는 헌법조항이 있다면, 그 헌법조항이 법률의 내용대로 개정된다는, 아주 이해하기 어려운 전제를 끌여들였다. 물론, FTA 사건에서 불문헌법만 그러하다고 말하였지만, 이 사건 결정 어디에도 불문헌법과 성문헌법을 나누어서 설명하지 아니하였다.

필자는 전혀 논리적이지 아니한 이 사건 결정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데 심한 당혹감을 느낀다. 필자는 지금이라도 국회가 수도이전법을 통과시키면 적어도 헌재가 다시 이 사건 결정과 같은 위헌 결정을 할 수 없으리라 본다. 헌법이 이미 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수도를 이전하지 않는 것도 얼마든지 좋은 일이라고 본다. 다만, 그것이 이 사건 결정때문이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좀 더 상세한 것은 필자의 “법률로 수도를 이전할 수 있는가”, 『법제연구』 제59호, 법제연구원, 2020, 245 이하나 『헌법재판순명론』, 충남대출판문화원, 2021, 17 이하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정주백 교수 (충남대 로스쿨·전 헌법연구관)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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