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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GoodFel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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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열린 ECCC전심재판부 변론기일에서 UN측으로부터 선임된 국제변호인은 UN 로고와 캄보디아 측의 로고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 재판부 뒷 쪽의 법정 벽면 디자인에 자신이 관여한 바 있다는 취지로 변론을 시작하면서 국제법과 국내법의 조화, 국제 및 국내 재판관들 사이의 원만한 협력을 당부하였다.


국제형사재판계에서 오랜기간 많은 실무 경험을 쌓아 왔고, 저술이나 강의 등을 통해 상당한 영향력을 끼쳐 왔으며, 재판 과정을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는 그를 법정에서 대면하면서, 국제재판관 경력이 길지 않았던 필자는 기대와 부담을 함께 느꼈다.

한편 사흘에 걸쳐 열린 변론 마지막 날 수석 검사는 자신이 곧 ECCC를 떠나게 되었다면서 작별 인사를 하였고, 변호인 역시 최종변론 말미에 검사에게 축복의 인사를 건넸다. 필자 역시 분위기를 따라 검사 및 변론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변론이 끝나고 직책에 관계 없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위 사건의 판결에서 결국 전심재판부는 변호인의 기대와 달리 완전히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였다. 특히 국제재판관들은 수사판사 결정의 위법성에 대한 준엄한 비판은 물론, 쟁점이 동일한 관련 사건에서의 1심(Trial Chamber) 및 상소심(Supreme Court Chamber)의 판단 역시 강한 어조로 비판하면서 이에 따르지 않을 뜻을 표명하였다.

이후 검사는 위 판결의 집행을 수사판사들에게 신청하였는데, 위 집행사건의 답변서에서 변호인은 전심재판부가 동료 판사들을 부당하고 절제되지 않은 어조로 비하하였다고 주장하였고, 이에 화답하여 수사판사들은 그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문 서두에서, 전심재판부 판사들이 수사판사들에 대하여 사용한 용어는 법조윤리에 위반될 뿐 아니라 명예훼손까지 구성한다고 주장하였다.

동료에 대해 법조예절(judicial decorum)을 지키는 것은 법조인으로서 품위 유지를 위한 필수 덕목으로 여겨져 왔다. 다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구체적인 준수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판사가 후속 사건이나 다른 적절한 기회를 이용하여 다른 재판부, 때로는 상급심의 판결을 비판하는 것이 어느 선까지 허용되는가 역시 미묘한 문제이다. 잘못된 판결을 했다는 지적을 동료로부터 받는 것을 기꺼워할 판사는 없다.

판결에는 법적 논증외에 법의 목적이나 판결이 사회에 미칠 효과 등과 같은 정책에 관한 논증(policy arguments)이 포함되기도 한다. 이러한 정책적 판단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극히 일반적이거나 모호하고 충분한 근거가 없는 경우라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조예절이란 단순히 미사여구(rhetoric)나 의례(ritual)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법조인이 직업 윤리를 따르고 법과 원칙을 준수한다는 신뢰 아래 그를 동료로서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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