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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죽음으로 내모는 형사사법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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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직원 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되었다. 피고인은 선고내용에 충격을 받은 듯 눈물을 보이며 몸이 휘청거리기도 했고, 여성단체에서는 징역 7년 이상을 예상했다며 아쉬워했다. 2회나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가 기각되고 계속해서 불구속 재판을 받는 동안 피고인이 혹시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법정구속이 되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성완종 전 국회의원, 노회찬 전 국회의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비롯하여 최근의 어느 대표변호사까지 수사를 받다가 죽음을 선택한 분들이 너무 많다. '윤미향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개입사건' 등 중요 사건에서도 거의 어김없이 중요 참고인이나 피의자가 죽었고, 실체적 진실을 찾기는 어려워졌다. 가혹한 수사 때문일 수도 있지만 진실을 은폐하고 더 이상의 명예를 훼손당하지 않으며 남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에서 가해자가 "용서해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소식에 소름이 끼쳤다. 피의자가 죽으면 '공소권없음'으로, 피고인이 죽으면 '공소기각결정'으로 곧바로 끝나버리는 현재의 제도를 바꾸는 것은 어떨까. 이제 피의자의 신문내용은 법정에서 부인하면 휴지가 되어 버리고, 이미 재심에서는 피고인이 사망해도 재판이 가능하다. 철옹성 같았던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도 없어졌다. 피고인이 없어도 증거가 확보되면 기소를 하여 비록 형집행은 못해도 형사소송의 이념인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며, 다른 법률관계도 분명해 질 수 있을 것이다.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이 정말 죽었는지는 몰라도 수만여 피해자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수사구조의 변화로 경찰의 업무는 폭주하고 이에 따라 고소장을 선택적으로 접수하는 등 일선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심하다. 직접수사가 줄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검사의 보완수사요구까지 계속 되다보니 경찰은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는 말도 들린다. 그러다보니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에서와 같이 피해자가 죽음으로 호소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수사가 된다는 푸념까지 이어진다. 얼마 전에는 강간사건의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피해자가 남편과 함께 억울하다며 자살을 하였고, 우연인지는 몰라도 대법원에서 유죄로 번복되기도 하였다. 대검찰청에 기소의견으로 4번이나 결재를 올리고 계속 뭉개지는 상황은 또 어떤가. 이게 제대로 된 제도인가. 송치사건의 보완수사는 검사가 원칙적으로 직접 맡는 등의 검경간 업무조정이 필요하고, 보고와 결재과정을 줄이며 결재 횟수와 시한을 정하고 결재권자에게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등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

이 정부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적폐청산'을 해왔다지만 국민들의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만족도는 올라가지 않고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비극적 상황은 더욱 빈발하는 것 같아 참 답답한 심정이다.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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