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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상속법상 배우자의 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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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상 배우자의 상속분은 공동상속인의 상속분에 5할을 가산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제1009조 제2항). 배우자의 상속분을 상속재산에 대한 일정 비율로 정하거나 다른 공동상속인과 동일한 비율로 정하지 않고 공동상속인의 상속분에 5할을 가산하는 방식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우리 배우자 상속제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우자 상속분의 가변성은 배우자를 보호하는데 취약하고, 특히 고령화시대에 고령 배우자에 대한 부양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한편, 잠재적 지분의 청산이라는 관점에서 배우자 상속제도는 이혼 시 재산분할제도와도 비교된다. 이혼 시 혼인 생활 중에 형성한 재산에 대한 배우자의 지분을 50%로 인정하고 재산분할이 이루어지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속에 의하면 배우자는 자녀가 2인 이상이면 상속재산의 50% 이하만 취득하게 되어 배우자 상속제도와 이혼 시 재산분할제도 사이의 불균형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배우자의 상속분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입법적 논의가 지속되어 왔다. 이 논의의 중요한 동력은 고령화 사회에서 배우자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적 요청이었다. 그런데 단순히 부양적 기능의 관점에서 배우자 상속제도의 개정을 논하는 것을 넘어서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부부를 동반자관계로 바라보는 현대 사회의 변화된 인식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이후 미국 통일검인법(Uniform Probate Code)의 개정 과정을 보면 전통적인 부양의 관점에서 배우자 상속을 규율하던 것에서 벗어나 부부를 경제적 동반자관계(economic partnership)로 보는 현대적 관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배우자의 상속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경제적 동반자관계의 핵심은 혼인 중에 취득한 재산에 대하여 부부에게 균등한 지분을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가 보통법상의 부부개별재산제를 채택하고 있고, 프랑스, 스페인계 이민자가 정착한 루이지애나, 캘리포니아 등 9개의 주만 대륙법계의 부부공동재산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통일검인법이 경제적 동반자관계론을 반영하여 부부개별재산제에서도 장기간 결혼생활을 하였으나 혼인 중의 재산이 불균형할 정도로 많이 사망한 배우자의 명의로 되어 있는 경우에 생존 배우자의 상속권을 강화하고 종국적으로는 부부공동재산제를 채택하였을 때의 결과에 근접하도록 배우자 상속제도를 개편하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유류분제도의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상속으로 배우자에게 인정하고자 하는 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배우자 상속제도를 먼저 개정하고 그 전제 위에 유류분제도가 다시 설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배우자 상속제도의 개정에 있어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부와 가족 공동체를 바라보는 현대 사회의 변화된 관점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소민 교수 (한양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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