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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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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전후로 한창 외국기업 상장업무를 할 때 일이다. 고객유치와 실사, 그리고 거래종료 때까지 중국과 일본 기업의 스타일은 정말 달랐다.


우선 중국기업은 법률자문계약을 보내면 곧바로 날인, 송부해 온다. 실사를 위해 중국에 도착하면 근사한 리무진이 공항에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막상 회사에 도착해 보면 뭐 하나 제대로 준비된 것이 없다. 회사 관계자의 구술에 의존한 실사를 마친 뒤, 근사한 식당으로 안내 받는다. 그런데 그 자리에 회사 관계자가 아닌 그 지역 유력인사도 초대되어 있고, 대표는 중요한 손님에게만 낸다며 진짜 마오타이주를 돌린다(중국엔 가짜 마오타이주가 많다). 만취해 다음날 실사도 충실히 진행하지 못하고 귀국한다. 딜이 중도에 종료되었는데 계약에도 불구하고 잔여 법률자문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다.

일본기업은 이와 극과 극이다. 법률자문계약 협상을 위해 CFO가 한국으로 출장을 와 2~3시간 협상을 한 뒤 어렵사리 계약을 체결한다. 실사를 위해 일본에 도착했는데 공항에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는다. 초행길이라 후배들과 부득이 택시를 타고 도쿄시내로 들어가 어렵사리 회사를 찾아간다(일본 택시비는 진짜 비싸다). 잘 준비된 실사자료를 토대로 3~4시간 심도 있는 실사를 진행한다. 저녁 식사 때가 되었는데 회사 관계자들은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를 하면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고 우리를 떠나보낸다. 호텔 근처 이자카야에서 우리끼리 일본 술과 안주에 취한다. 다음 날 일찍 회사를 찾아가 추가실사를 진행하고 앙증맞은 도쿄바나나를 선물로 받고 귀국한다. IPO Valuation이 맞지 않아 딜이 drop 되었는데도 먼저 연락해 와 잔금을 정산한다.

필자의 단편적인 경험으로 두 국가의 국민성을 재단할 수 없으나, 우리는 중국과 일본의 중간 그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싶다. 너무 허세를 부리지 않으면서도, 너무 경직되어 있지도 않은 중용과 포용의 국민성. 이런 우리의 국민적 성향이 전세계가 열광하는 K-Culture를 이끄는 또 하나의 한민족 DNA가 아닐까. 팬데믹 상황에서도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고락을 같이하고 있는 한국 로펌 해외사무소를 응원한다.


이행규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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