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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헌절을 다시 법정공휴일로 지정하자

최근 여당은 "사라진 빨간 날을 돌려드리겠다"며 6월 회기 중에 대체공휴일을 확대하는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설·추석, 어린이날에만 적용되는 대체공휴일 제도를 광복절, 성탄절 등 다른 공휴일도 적용되도록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한편,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된 경제를 되살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제헌절(制憲節)의 공휴일 재지정에 관한 논의가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아쉽다.

 

현재 제헌절은 3·1절, 광복절과 함께 5대 국경일이면서도 공휴일은 아니다. '국경일에 관한 법률'은 국경일의 종류에 제헌절을 포함시키고 있지만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은 5대 국경일 중 제헌절을 제외한 나머지 국경일만 공휴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듯이 제헌절은 1949년 이래 4대 국경일의 하나로서 2007년까지는 공휴일이었다. 그런데 주 5일 본격화에 따른 기업의 생산성 저하,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의 이유로 제헌절은 2008년부터 식목일과 함께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두고 제헌절이 잊혀져 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크리스마스, 석가탄신일과 같은 종교적 기념일을 공휴일로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헌법이 만들어진 제헌절이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까만 날'인 제헌절이 잊혀질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한 이유에선지 지난 2017년에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제헌절을 공휴일로 재지정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하였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반면, 2005년 국경일로 포함된 한글날은 2013년 공휴일이 됐다.

 

우리나라는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 선생 등 법률가들이 헌법 기초작업에 착수해 제헌 헌법의 밑그림을 그렸다. 이어 1848년 5월 10일 초대 국회의원 총선거 실시로 구성된 제헌국회가 같은 달 31일 개원한 이후 유진오 박사 등 2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헌법 및 정부조직법기초위원회(憲法及政府組織法起草委員會)'가 제정헌법안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하였다. 제헌국회는 7월 1일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결정하고, 같은 달 17일 마침내 헌법을 공포하였다.

 

이처럼 1948년 탄생한 대한민국의 민주공화국 역사는 대한민국헌법의 제정과 공포에서부터 출발한다. 정권에 의해 갖은 수난을 겪어온 헌법이지만 우리 국민들은 헌법이 가진 가치를 끝내 수호해 왔고 지금은 세계사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짧은 기간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나라를 만들었다. '누더기 헌법'이라는 오명도 있었지만 헌법의 존재 자체가 대한민국헌법 제1조가 선언하고 있는 '주권재민'과 '민주공화국'이라는 국체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제헌절을 기념하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국경일인 제헌절을 법정공휴일로 재지정하자는 것은 휴일을 하루 늘리자는 단순한 의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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