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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년시대

Saud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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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의 교통카드는 얇고, 쉽게 구겨지는 종이조각이다. 별다른 말이 쓰여 있지도 않다. 적당한 활자로 andante라고만 적혀 있다. 천천히. 교통카드에 어울리는 이름은 아니다.


우리는 안단테를 함께 썼다. 기대했던 만큼을 다 썼는지, 이르지 못한 약속이 남았는지는 알 수 없다. 기억하는 것은 마지막 순간뿐이다. 낡은 시청 건물 뒤편, 두 줄의 철도가 들어오고 나가는 트린다드의 야외 승강장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으므로, 우리는 마주본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스피커에서 승강장과 열차 사이를 조심하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나는 그 사이에 이제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천천히, 사람들이 조심할 수 있을 만큼 느릿느릿 문이 닫혔다. 문이 닫히던 순간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그때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느낌뿐이다. 조금씩, 그러나 단호하게 각자의 방향으로. 그제서야 나는 무언가 우리에게 저질러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순간이 아찔한 속도로 기억될 것임을 깨달았다. andante. 나는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한 마디의 당부에 비로소 감사했다.

결국 이별이란 누군가를 떠나거나 밀어내는 일이 아니다. 단지 각자가 선택한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다가가지도 소리쳐 부르지도 아니하고, 다만 마주보는 일이다. 서로를 만나던 카페 앞에서 건너편 승강장에서 출국 게이트의 긴 줄 끝에서. 그렇게 서 있을 수만 있다면 시간이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다 주는 것이다. 더는 서로를 볼 수 없는 어딘가로. 보지 않고도 견딜 수 있는 어딘가로. 천천히, 그러나 돌이킬 수 없이.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작은 틈에 너무 많은 시간들이 고여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포르투의 열차는 안단테로 떠난다. 사람들이 상실의 순간을 소유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마침내 이별을 견딜 수 있도록. 우리가 헤어질 뿐 떠나지 못한다는 것을, 이별이라는 모진 말이 사실 돌아보지 않으려는 안간힘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들은 안다.


이언 변호사 (서울회)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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