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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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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일 화요일 오후 다섯시, 생각지도 않았던 전화가 왔다. "00이비인후과인데요, 잔여백신 전화 예약하신 장소영씨 맞으세요? 삼십 분 내로 병원으로 오실 수 있나요?".


5월에 잔여백신 전화 예약을 할 때만 해도 병원에서는 "7월은 돼야 연락이 갈 거에요"라고 했었기에, 삼십 분 내에 백신 접종을 하러올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고는 당황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그때부터 서둘러 실장님께 보고를 드리고, 한 시간 공가처리를 하고,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한 동료 과장에게 들렀다가 과천 청사를 나서서 병원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동안,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스트라제네카 접종해도 괜찮은 걸까, 나 혹시 죽는 거 아님?'이었다. 전날인 5월 31일까지 1차 접종자는 375만 명. 전체 국민 숫자에 비추어 높지 않은 비율인지라 주위에 접종한 사람이 없었던 데다가, 접종하러 간다고 했을 때 "용감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기에 자연스럽게 내 결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면서 걷게 되었다.

백신 접종 결정 이전에 했던 생각을 다시 떠올렸다.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달린 일이다. 접종 후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그대로 대처해나가자. 나는 여행가고 싶고 마스크도 벗고 싶다.'라고. 그것은 직관적인 선택에 가까웠고 오랫동안 숙고한 결론은 아니었다. 그 결과로 목숨을 걸고 무언가를 하러 가는 것 같은 비장함이 섞인 감정을 안고 병원을 향해 가고 있었다.

접종 후에는 예상했던 것 이상의 특이증상은 전혀 없었다. 접종하러 갈 때 느꼈던 약간의 비장함은 돌이켜보면 쑥스럽기까지 하다. 나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되었다. 중요한 일, 심각한 일을 직관적으로 결정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이구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의 자세가 늘 이랬던 것도 같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가겠지. 심각한 일도 심플하게 결정하고, 주어진 하루씩의 시간에 집중하면서.


장소영 통일법무과장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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