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法臺에서

중2의 시간

170629.jpg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셨는데 그 이유는 가족들을 위한 경제적 이유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1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던 당시 심정이 어떠셨을지 철없던 저는 깊게 생각해 보지 못했네요. 어느 선택이나 후회가 남겠지만 여전히 건강히 일하시고 부모님 모두 백신도 무사히 맞으신 것만으로 감사하네요. 그런데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제 딸이 그때 저처럼 중2가 되었고, 저도 이런저런 고민에 딸에게 아빠 회사 그만두면 어떨까 물으면 싫다고 자기는 변호사 아빠보다 판사 아빠가 더 좋다고 이야기 해 주니 고마울 뿐입니다. 가끔 중년의 중2병으로 돌연 새벽에 르상티망에 빠져 잠에서 깰 때 잠든 아이 얼굴만 봐도 큰 위로가 됩니다. 부모가 되어 보니 부모님의 그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되나 봅니다.


판사도 생활인이라 전월세 폭등, 사교육비 증가, 어른신들 의료비, 본인 질병, 다자녀 등 업무외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것이 사직의 이유가 되곤 합니다. 물론 앙가주망의 큰 뜻 품고 법관직을 발판삼아 다른 공직을 찾아간 이도 있는데, 잘못하면 부끄러움 또는 묵비권행사로 입을 앙다물고 가족들이 주로 망신당할 가능성도 가끔 있는 듯하니 역할 제대로 하길 빕니다. 그래서 장 폴 사르트르가 시몬 드 보부아르와 결혼도 안하고 스펙을 만들어 줄 자식도 두지 않았나 봅니다.

같은 나이 딸들이 있어 친하게 지내던 부장들이 있었는데, 자신의 자아를 찾아 가는 중2의 시간이 문제는 아니겠으나, 제 딸에게 붕어빵 주던 후배, 딸이 제 모교에 다니는 친구, 중2아들도 둔 후배 모두 2월에 사직했네요. 올해에는 대선 등 선거출마 내지 사회적 물의야기 외에는 사직하는 동료가 없을 거 같은데, 한 직장에 오래 있다 보니 사직하는 사람이 생기면 섭섭하고 후회 없이 건승하길 바랄 뿐입니다. 저도 천년만년 법대에서 재판장으로 살 수 없기에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을 소중히 여기자고 마음을 다잡아 보네요. 창포물로 시원하게 머리감고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 주인공처럼 신나게 그네 뛰며 신발도 날리고 싶은 단오입니다.


김창모 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

리걸에듀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