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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주류적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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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똑같이 살 필요는 없지"라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주류적 삶이 가져다 주는 무시 못할 효용이 있다.


내 주변 동기들을 모집단으로 정규분포곡선을 그릴 수 있다면, 그 정중앙에 있는 이들의 모습은 이럴 것이다: 20세 전후로 대학에 입학하여 법학 전공, 휴학 몇 학기 하고 시험 공부, 졸업 전에 시험 합격, 2년 후 사법연수원 수료. 이러면 얼추 20대 후반 내지 30대 초반에 변호사, 검사, 재판연구원 중 하나가 된다. 이들은 이후 2~3년 내에 결혼을 하고 30대 중반에 부모가 된다.

주류적 삶이 가져다 주는 여러가지 효용 중 백미는 굳이 뭘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나이, 학교, 연수원/로스쿨 기수 정도만 들어도 평가자는 모종의 안도감을 얻고, '얘가 남들만큼은 하겠거니'라는 인식을 빠르게 형성한다. 따라서 검증의 도마에서 이미 반쯤 빠져나온 주류적 인간은 특별히 부적격 사유가 없다는 것만 소극적으로 확인시켜 주면 충분하다. 경제적인 인생을 사는 것이다.

반면 대학 입학이 남들보다 늦었던 사람, 법학 전공자가 아닌 사람, 시험 공부를 남들보다 오래 한 사람, 혹은 자식 낳아 키우면서 공부한 사람 등 이런저런 사유로 주류에 들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방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선택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증명하여 주류의 대열에 합류하거나,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마이웨이라며 끝까지 비주류적 삶을 사는 것이다.

나는 20세에 대학 입학한 것 빼고는 위 마일스톤(milestone)들 중 어느 하나 제 때 맞춘 것이 없는데, 그렇다고 주류적 삶을 따라잡으려는 노력도 안 하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일과 삶의 궤적이 정규분포곡선의 중앙에서 점점 더 벗어나고 있다. 이렇게 사는 것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마이웨이를 파다 말고 고개를 들어 둘러보면 주류적 인생들을 관통하는 매끄러움에 주눅이 들 때가 있다.


전아영 변호사 (웡파트너십(WongPartnership LLP))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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