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초포럼

공수처의 힘

170503.jpg

공수처의 탄생은 참 괴이하다. 지난 20여년 동안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여야의 대선 공약으로 끊임없이 오르내렸고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에서 공약으로 삼았지만 정권 초반에는 소위 적폐수사에 검찰이 해결사 역할을 하며 적극 나서자 오히려 검찰의 특수수사를 강화하였고, 초기 '검찰개혁'을 하는 과정에서도 검경수사권조정 외에 공수처에 대한 논의는 크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2019년 여름에 '조국 사태'가 터지고 검찰이 정권에 대한 수사를 몰아가자 그 위기를 돌파하려고 급격히 추진되었다. 공수처는 살아있는 권력을 때려잡는 것이 목적인데, 권력을 쥔 여당은 공수처를 저돌적으로 밀어붙였고, 이에 야당은 한사코 반대하였다. 그 이유는 누구나 알고 있다.

 

공수처의 지금까지의 모습은 참 실망의 연속이다. 공수처법이 제정되어 2020년 7월 시행은 되었으나 야당의 비협조로 공수처장의 임명이 늦어지자 대통령이 마음대로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였고, 이에 따라 겨우 임명된 공수처장은 서울지검장에 대해 '황제조사'를 하고, 그 대변인이 거짓으로 해명하여 입건되기도 하고, 출간된 지 오래된 형법책을 들고 출근하는 등 여러 구설수에 시달렸다. 공수처법에 의하면 그토록 비판하던 검사동일체 원칙을 그대로 본받아 공수처검사동일체 원칙을 따르고 있고,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았다가 공수처검사를 임명하지도 못한 상태라서 다시 검찰에 사건을 이첩하면서 '공소권 유보부 이첩'이라고 우겼으나 검찰이 무시하고 기소하는 바람에 망신을 당하기도 하였다. 공수처 출범 약 4개월 만에 공수처 1호 사건을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특채 혐의'로 정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자 여당에서는 교육감이 여당쪽 인사라는 이유로 실망을 표시하였고, 기소권도 없는 사건이라며 여론도 냉담하고 이제는 관심도 멀어져 간다.

 

그래도 제도상 공수처의 권한은 막강하다.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를 발견하면 무조건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하며, 검사 외의 고위공직자범죄 및 관련범죄를 인지하면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고 공수처는 원하면 마음대로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공수처가 정말 힘이 세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으로서 법에 따라 '살아있는 권력을 잘 때려잡아야'만 가능하다. 정부와 여당의 희망과 같이 검찰의 권한을 빼앗기만 하고 제대로 된 수사성과가 없다면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정권교체에 따라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최근 검찰에서 공수처에 파견된 수사관 대부분이 복귀하겠다고 하는 것도 공수처의 힘과 미래를 우려하기 때문이지만 수사를 못하게 극도로 막는 검찰에 비하여 공수처는 얼마나 좋은 조건인가. 지금이 힘을 발휘할 절호의 기회이다.

 

결국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한 우월적 수사권한을 부여받은 공수처가 수사기관으로서 정도를 걸을 때 국민들의 신뢰를 얻게 되고 비로소 '공수처의 힘'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공수처의 멋진 수사를 기대한다.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미국변호사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