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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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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2021. 6. 16. 대법정에서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열린다. 대상 사건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남편이 일시 부재중일 때 아내가 자신의 불륜남을 집으로 초대해 그곳에서 부정(不貞)한 행위를 한 사건이다. 기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는 공동거주자 중 1인의 동의를 받았으나 그것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었다. 집 명의가 누구인지는 상관없고 사실적으로 공동거주자이기만 하면 된다. 남편과 아내 역할이 바뀐 경우도 같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평범한 모든 가정에 적용되는 법리이다.

간통제가 폐지되며 사실상 불륜행위에 대해 국가가 나서서 응징하는 방법은 사라졌다. 기껏해야 “상간남(녀) 소송”으로 2천만원 남짓의 위자료 청구 말고는 없다.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호보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앞세운 국가의 판단이 낳은 결과물이다.

그러나 불륜을 하더라도 최소한 불륜 상대방의 가정집에서 하지는 못했다. 위 대법원의 주거침임죄 판례 때문이다. 그러니까 불륜 남녀의 “사랑”이 가정의 평화를 유린하는 것에 최소한의 방어선은 설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엄마가 외간 남자와 바람이 났다는 것과 엄마와 외간 남자가 우리집 안방에서 정사를 나눈다는 것은 자녀 입장에서, 상대방 남편(혹은 아내) 입장에서 천지 차이다.

그런데 이제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최소한의 방어선마저 법률가들의 형식논리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공개변론의 대상인 2020도12630의 원심판결(2020노147)은 기존 대법원의 판례에 반기를 들고 “아내의 승낙을 받고 집에 들어간 것이므로 평온한 방법으로 들어간 것으로 봐야 하고, 따라서 주거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동 판결은 “부재중인 남편의 추정적 의사가 거부임이 명백하다 하더라도” 무죄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하였으므로 “추정적 거부”의 인정은 쟁점이 아니다. 즉, 원심판결을 지탱하는 두 개의 축은 ①“평온한 방법”이기에 “침입”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주거의 평온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 ② 부재중인 남편의 “추정적 의사”가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하나 살펴본다.


2. “주거의 평온”과 침입의 개념

원심판결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이 “주거의 평온”임은 동의한다. 그런데 “주거의 평온”이란 법적 개념이라기 보단 사실적 개념이다. “주거의 평온”이 침해되었는지를 따지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는 상식과 경험칙에 의존해야한다.

“주거의 평온”이 침해당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주거공간을 바탕으로 구축되어 있는 정서적 신체적으로 종합적인 안정 상태의 훼손이냐 아니냐를 봐야한다. 배우자가 외부 숙박시설에서 불륜행위를 한 경우와 내 집 내 침대(부부 침대)에서 불륜행위를 한 경우, 후자가 더 충격이 크다. 같은 불륜인데 후자가 더 큰 충격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주거의 평온” 개념밖에 없다. 불륜에다가 주거의 평온도 침해되었기 때문이라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이에 대해 소위 신주거권설과 대별하여 (대상 사건의 경우) 주거권의 침해는 인정할 수 있으나 주거의 평온은 깨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전형적인 형식논리의 오류이고 “법학은 외계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한 주장이다. 불륜남이 내 집에서 내 아내와 불륜행위를 하였는데 이에 대해 “주거의 평온”이 깨지지 않았다고 외치는 것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아주 당연하게도 권리를 향유하는 주체는 개인이며, 헌법상 주거의 자유를 비롯하여 형법이 보호하는 “주거의 평온을 누릴 권리” 역시 개인에게 귀속 된다. 공동주거권자 각자는 모두 각자의 “주거의 평온”을 느끼며 산다. 남편이 느끼는 주거의 평온감은 불륜 중인 아내가 쉽게 처분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침입”의 경우는 어떠한가? 예를 들어, 집주인이 부재중인데 문이 잠겨있지 않은 것을 이용해 낯선 사람이 무단으로 그 집에 들어간 경우, 이를 “침입”이라 평가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침입의 개념은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할 것을 의미하지 출입을 “물리적으로 제지하고자하는 인적 물적 저항을 뚫고 들어감”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거침입을 무죄라고 판결한 원심판결조차 부재중인 남편의 의사가 “출입 거부”일 것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그 거부 의사가 “추정적”으로 인정된다는 것뿐이다. 따라서 부재중인 남편의 “추정적 거부”가 “침입”이라는 단어의 성립을 위한 유효한 거부 의사표시인지가 문제된다.


3. 추정적 거부의 법적 지위

대법원은 주거침입죄에 있어서 추정적 의사를 명시적 의사와 동등하게 취급해왔다(94도3336, 95도2674; 초원복집사건 등 다수). 주거침입죄의 특성상 거주자(집 주인 등)가 부재중 일 때 행해지는 경우가 많고, 부재중인 자의 거부 의사가 명시적으로 표시되길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추정적 의사를 명시적 의사와 동등하게 취급하는 대법원의 태도는 옳다.

원심 판결을 비판하기 위해 세 경우를 비교한다. ①남편이 현장에 존재하고 거부의사를 표시 하는 경우 ② 남편이 현장에 부재하나, 불륜남의 침입 사실을 알고 거부의사를 통신 등으로 표시하는 경우 ③ 남편이 현장에 부재하고, 불륜남의 침입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①의 경우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②의 경우를 무죄로 판단하게 된다면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에 “거주자가 현장에 있을 것”을 추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해석의 범위를 넘는 입법이다.

②의 경우를 유죄라고 판단하면서 ③의 경우를 무죄라고 판단한다면 주거침임죄에서 “추정적 거부”를 아예 인정하지 않게 되어 집주인이 부재중인 집에 누군가가 침입한다면 집 주인의 의사를 명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만 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집 주인이 사망하거나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상황에선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없게 되어 사실상 친고죄와 비슷한 결과를 낳게 되어 이 역시 해석의 범위를 넘어 부당한 결과를 야기한다. 예컨대 집 주인이 장기 부재중 상습절도범이 그 집에서 아예 거주를 해버려도 수사기관은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된다. 명시적 거부의사표시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③의 경우를 무죄로 하기 위해서는 ①의 경우도 무죄로 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과연 ①의 경우를 무죄로 볼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방 3개 짜리 집에 주인 부부가 하숙생을 하나 들였다고 하자. 이 하숙생이 어느날 술을 먹으려고 친구20명을 집으로 데리고 온다. 집 주인은 친구 20명이 주거에 들어오는 것을 극렬히 반대하였으나 친구 20명은 이를 무시하고 집으로 들어와 밤새 술을 마셨다. 이 경우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부당한 결과에 이른다. 하숙생은 공동주거권자이고, 공동주거권자인 하숙생의 승낙을받고 들어왔기에 다른 공동주거권자들이 거부를 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없다.

사실 굳이 이런 예를 들 필요도 없다. 공동주거권자 1인의 승낙이 있다고 해서 다른 공동주거권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거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주거의 평온”을 사람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집집마다 하나씩 부여되는 권리로 보는 시선에 가깝다. 이는 주거침입죄를 개인적 법익에 관한 죄로 규정하는 형법의 태도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따라서 공동주거권자 1인의 거부가 있다면 주거의 평온은 침해된다고 봐야 하고, 그 거부가 추정적 의사표시여도 마찬가지이다.


4. 현실적 측면

불륜자의 상대 배우자 뿐 아니라 미성년의 자녀를 위해서라도 불륜 상대방의 주거침입은 강력하게 처벌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부부 가구 중 약 66% 정도가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부모와 함께 사는 자녀라면 대부분이 미성년자일 것이다. 예컨대 14세의 자녀가 유달리 학원이 일찍 끝나 이른 귀가를 했는데, 이를 예상치 못한 엄마가 집에서 외간 남자와 불륜을 즐기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때 미성년의 자녀가 겪을 충격과 상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사후적으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얘기다. 국내 법원의 위자료 액인 2천만원 남짓의 돈으로 배상 될 상처가 아니다.

자녀의 보호를 위해 이러한 부분까지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가 보호하지 않으면 누구도 보호하지 못한다. 애초에 이성을 놓아버린 불륜 상황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불륜 중인 부모에게 자녀의 충격을 방지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무책임한 태도다.

또한 더 큰 사고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도 주거침입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불륜이 현장에서 발각될 확률이 가장 큰 곳이 집이다. 외부 숙박업소 등에서 부정행위를 하는 것은 현장 적발이 힘들다. 미리 알고 철저하게 쫓아가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집에서 나누는 부정행위는 우연히 발각되기도 한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현장에서 발각하고도 폭행, 상해 등 범죄가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것이 형벌권의 과도한 행사가 아니라 오히려 형벌권의 행사를 줄이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5. 결론

불륜남녀의 만남 자체를 벌하는 게 아니라 배우자가 함께 사는 가정집에서만큼만 부정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므로 불륜남녀의 성적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도 아니며 수십 년 간 이어져온 판례이므로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면에서도 문제가 없고, 주거침입죄의 법정형이 과도하게 높은 것도 아니다. 법률가들이 불륜을 권하지 않아도 충분히 많은 불륜이 벌어지는 세상이다. 일부일처제를 채택한 이상,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호에 대해 국가로서 최소한의 책무조차 방기해서는 안 된다.


이성진 군법무관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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