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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잊어버린, 잃어버린 마을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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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고 지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동네 골목에서 해가 떨어질 때까지 아니 사방이 캄캄해서 서로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워도 노느라 정신이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 집에 몰려가서 있는 반찬 없는 반찬 가리지 않고 한 끼를 때우기도 했다. 무작스럽게 먹어치우던 아이들을 위해 수고스럽게 밥상을 차리던 어머니들에 대한 감사는 아무리 표현해도 부족하다. 친구 집에서 밤늦게까지 놀다 그냥 내처 잠을 자고는 아침밥까지 먹고 나오는 일도 비일비재하였다. 투닥투닥 다투는 경우에는 내 아이 네 아이 할 것 없이 어른들은 혼냈다. 소소한 문제들이 종종 발생하지만, 큰 일로 비화하지는 않았다. 동네에서는 누가 누구인지 다 알고 소문도 금방나기 때문이었다.

 

텔레비전이 있는 집이 드물었던 때가 있었다. TV를 보기 위해 옹기종기 모였다. 배불뚝이 TV화면은 참 작은데도 그 많은 눈동자를 모두 담아내었다. 게다가 흑백이었다. 전화기 한 대라도 있는 집이 흔치 않았다. 안방에 놓여 있는 전화기를 사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화요금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언제나 용건은 간단하였다. 때때로 방 한 칸 세들어 사는 셋집식구를 찾는 전화가 오기도 했다. 한 달에 한 번 반상회를 하는 날이면 학교 가는 길에 인사했던 이웃집 아저씨, 아줌마 10여명 이상의 동네 어른들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집에서 반상회를 할 때엔 따라 가서 한쪽에서 친구들과 놀곤 하였다. 반상회에서는 오만 얘기가 다 오고 갔었다.

 

그렇다. 이제는 낯선 풍경이 되어버린 유년시절이다. 어느새 1인가구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대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삶이다. 각자도생의 시대가 되었다. 세대 차이는 뛰어넘기 힘든 시대이다. 예전에는 웃어넘길 수 있었던 소소한 분쟁들도 날카롭게 찌르는 시대이다. 어지간하면 넘어갔을 것들도 이제는 법대로 하자며 법정으로 밀어닥친다. 개인 간의 분쟁을 한 번 걸러줄 마을이 보이지 않는다. 한 지역에 살아도 같은 마을을 이루지 않는 것이다. 아주 간혹 여전히 활발히 살아있는 마을이 있다는 뉴스를 보면 부러운 마음 한가득이다. 법은 상식이고, 상식은 마을에서 익혀진다. 마을에서 살고 싶다.

 

 

류기인 지원장 (마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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