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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지금 필요한 건 뭐? '自·時·尊'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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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등법원에서 근무할 때다. 논산훈련소로 입대하는 큰 애가 입대 전날 관사로 왔다. 저녁에 슬며시 혼자 나가서 머리 빡빡 깎고 들어와 "사회에서 먹는 마지막 맥주!" 하면서 캔을 따기에, 식탁에 같이 앉아 멸치 집어 먹으며 한 캔 하다가 괜히 뭐라도 한마디 해주고 싶어, 입을 열었다. "아들, 이 세상을 살아갈라하면 머가 필요한지 아나?"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모르겠어요." "적어도 세 가지가 필요하다. 싸가지가 아니고 세 가지. 그게 머냐면, 自·時·尊 정신이다. 알겠나?" "그게 뭐예요?" "첫 번째는 自뻑 정신. 니는 니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진정으로 아끼고 믿어야 한다. 자존감 갑이 돼야 하는 거지. 거울 볼 때마다 '짜릿해!' 하면서 자아도취 하는 거. 그런 철저한 자기 확신을 가지야 한다. 알겠나? 그 담에 필요한 것이 時발 정신이다. 김언수의 '뜨거운 피'(문학동네, 2016)에 대략 이런 말이 있다. '인간이란 게 그렇게 훌륭하지 않다. 별로 훌륭하지 않은 게 훌륭할라 하니까 인생이 그리 고달픈 거다. 니는 똥폼도 잡고 손에 떡도 쥐고 싶은 모양인데, 세상에 그런 건 없다. 우리처럼 가진 게 없는 놈들은 時발 정신이 있어야 한다. 상대 앞에서 배 까고 뒤집어지고 다리 붙잡고 울고 매달리고 똥꼬 핥아주고, 마지막에 우뚝 서는 時발 정신이 없으면 니 손에 쥘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세상은 멋있는 놈이 이기는 게 아니고 時발놈이 이기는 거다.' 알겠나? 이게 바로 時발 정신이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게 尊버 정신이다. 요건 잘 알겠제.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버티야 한다. 말 그대로 졸라 버티야 한다. 自뻑과 時발 정신으로 尊버해야 하는 기다. 이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세 가지다. 알겠나." "근데,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뭐예요?" "그래야 밥이라도 묵고 산다."

 

다음날 훈련소 넣어 주고 관사로 돌아와 저녁에 소폭으로 혼자 통음했다. 머리가 터질 듯 아팠다. 걔가 제대한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이동근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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