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초포럼

상속을 계획한다는 것

170299.jpg

최근 상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탁법 개정으로 2012년 도입된 유언대용신탁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그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유언 대신 신탁을 이용하여 유언으로 재산을 처분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가져 오는 것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사망을 원인으로 재산의 처분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유증과 유사하나, 위탁자가 생전에 신탁을 설정하여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을 이전하고 사후에 신탁재산을 어떻게 처분할지 미리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유언대용신탁과 유류분의 관계가 하급심 법정에서 다투어졌는데, 1심 재판부는 신탁재산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성남지원 2020. 1. 10. 선고 2017가합408489 판결), 항소심 재판부는 신탁재산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유류분 부족액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아 신탁재산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수원고법 2020. 10. 5. 선고 2020나11380 판결).


신탁법은 유언대용신탁을 도입하면서 단지 하나의 조문만을 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언대용신탁을 둘러싼 법적 문제에 대해 전적으로 해석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유언대용신탁을 그 실질적인 기능과 목적에 집중하여 '유증'으로서의 성격을 부각시켜 해석하느냐, 법 형식적으로 위탁자의 재산이 생전에 수탁자에게로 이전하였다는 점에서 '생전의 처분'으로서의 성격을 부각시켜 해석하느냐에 따라 유언대용신탁을 둘러싼 법률관계에 상반된 해석론이 나올 수 있다.

흔히 영미법에서는 상속과 관련하여 'estate plann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즉, 재산승계에 관한 계획을 생전에 미리 세운다는 점이 중시된다. 그런데 유언대용신탁, 수익자연속신탁 등 상속을 보다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는 제도들이 우리 신탁법에 도입되었다고 하더라도 관련 규정의 미비로 기초적인 법적 분쟁조차 법원의 판결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면 신탁을 통해서 상속을 미리 계획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취지에 반한다.

하급심 판결의 결론에 대한 찬반 논쟁은 잠시 접어두고, 신탁법상 유언대용신탁과 수익자연속신탁에 관한 규정을 좀 더 자세히 입법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특히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을 어디까지로 정할 것인가는 그야말로 입법적 결단이 필요한 정책적인 문제가 아닌가? 새로운 신탁제도의 도입과 더불어 기존 상속제도와의 상관관계를 입법 과정에서 완벽하게 정립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개연성이 매우 높은 주요 쟁점에 대해서까지 아무런 입법이 없는 것은 제도의 효용성을 반감시키는 것이다.

법적 분쟁을 최소화하면서 신탁이 실무상으로 상속을 대신하는 유연한 재산승계의 수단으로서 그 기능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에 자세한 규정을 두는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


정소민 교수 (한양대 로스쿨)

미국변호사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