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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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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변호사가 다른 직역에서 일하는 변호사와 가장 다른 특징(장점 이자 단점?)은 통장에 매월 정해진 일자에 정해진 일정한 숫자가 Top Line으로 기록된다는 점이다. 때로는 보너스라는 이름으로 평소보다 좀 더 많은 숫자들이 아주 가끔 보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잘해야 1년에 한 번 있는 정말 드문 이벤트라 의지하기에는 힘들다. 이러한 일정한 Top line은 변동가능성이 적어서 예측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심리적 안정을 준다.

 

반대로 지출은 가변적으로 변동된다. 예를 들면 이번 달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어서 특별한 일회성 지출이 필요한 달이라, 갑작스러운 지출을 하였는데, 이런 지출은 1년에 한 번 있는 이벤트달이라고 간주하면서 스스로 마음을 위로한다. 그런데 다음달에는 1년에 한 번 내는 자동차보험료를 갱신해야 하는 달이라 또다른 일회성 이벤트가 있을 예정이고, 그 다음 달에도 어떠한 일회성 이벤트는 반드시 있을 예정이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그래서 그런지 항상 월말의 통장 잔고는 무한대로 확장하고 싶은 내 바램과는 반대로, 0에 점차 수렴해 간다. 이런 Bottom Line을 보면 슬금슬금 올라오는 불안의 그림자는 지우기 힘들다. 이럴 때마다, '사내변이 아닌 곳에서 Top Line을 올려야 한다'는 갈망과, '그나마 고정적인 Top Line이 있으니, 이런 Bottom Line이라도 누릴 수 있지'라는 두가지 상충되는 마음이 매번 충돌하곤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는 매월 21일이 급여지급일이다. "반가워요. 오랜만이지만. 볼때마다 아름답네요. 어서와요. 곧 떠나겠지만. 잠시나마 즐거웠어요. 잘가세요. 하지만 다음에는 좀 오래 머물다 가요. 난 매일 손꼽아 기다려. 한 달에 한 번 그대를 보는 날. 난 그대 없이 살 수는 없어. 왜자꾸 날 두고 멀 리가. 내 마음을 가득히 채워줘. 눈 깜빡하면 사라지지만." 이번주는 어떤 가수가 노래한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이라는 노래가 마음을 위로해주는 주다. 이번주 금요일 들어오는 숫자들은 다른 달보다 통장에서 조금 오래 머물다 갔으면 좋겠다. 매일 매일 그대들을 손꼽아 기다려온 간절한 마음을 알아주면서. 곧 떠나겠지만.

 

     정웅섭 변호사 (서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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