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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축구 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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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업무는 상당한 격무에 속하기 때문에 임관한 지 몇 년이 지나면 해외 장기연수를 꿈꾸게 된다. 지금은 제도가 조금 바뀌었지만 당시에는 5년차에 연수를 위한 외국어시험을 보고 소정의 절차를 거쳐서 선발되면 6년차에 연수생이 될 수 있는 구조였다.

 

내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장기연수를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4년차 무렵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 유학을 권하던 선배가 사 준 일본어 교재로 공부를 시작해서 1년 간 동경대로 연수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

 

일본 유학 경험 덕분에 2012년 일본에서 열린 제6회 대회에는 통역 담당 검사로, 2015년 서울에서 열린 제7회 대회 때는 사회자로, 한일 검찰친선축구대회에 연이어 참여하게 되었다.

 

축구대회는 검사팀과 수사관팀으로 이뤄진 양 국의 선수들이 오전과 오후에 각각 경기를 하는데, 처음 참여한 6회 대회 때는 본 경기 시작 전에 오프닝 세러머니로 양 국의 선수 아닌 사람들이 페널티 킥을 번갈아 차는 순서가 있었다. 동행한 여검사가 혼자였기에 나는 여성 순번에 나가서 페널티 킥을 차게 되었는데, 상대편 골키퍼도 굳이 막을 생각이 없었던지라 굴러가던 공은 결국 네트 안으로 골인이 되었다.

 

축구장에 들어선 것도 난생 처음이려니와 녹화된 영상 속에서 본 페널티 킥을 하는 모습은 정말 한심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이후로 나는 '축구 국대로 일본 골네트를 가른 사람'이라며 가끔 뻐기곤 했다. 정식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도 아니고, 행사의 일환으로 단 한 번 킥을 한 것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일본 땅에서, 축구대표단의 일원으로서 일본인 골키퍼가 서 있는 골대를 향해 킥을 한 것은 사실이고, 그 골이 네트 안으로 들어간 것도 사실이니까 나는 '축구 국대'라고 우겼던 것이다.

 

축구 국대를 자처하는 이야기를 할 때 어이없어 하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 속에서 나는 내심 즐거웠던 것 같다. 그 즐거움 때문일까. '어쩌다 축구 국대'의 도리로서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은 새로운 관심 분야 덕분에 마음이 더 풍요로워졌음을 느낀다.

 

 

장소영 통일법무과장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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