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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손절의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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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동료 둘을 집으로 초대해 치맥을 했다. 싱가포르 국민 대부분이 나보다 한국 드라마를 더 많이 볼 것 같은데(참고로 지난 4주간 싱가포르 넷플릭스 TV 드라마 부문 부동의 1위는 빈센조), 그러다 보니 회사 동료들로부터 치맥에 관한 문의도 많이 받는다. 가장 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싱가포르에서 치킨 제일 맛있는 집이 어디야?"다. "여기 와서 사 먹어 본 적이 없어서 몰…"라고 하면 다들 뭔가 크게 배신이라도 당한 듯한 표정을 짓는데, 그러니 왠지 나도 크게 잘못한 것 같아져서 "대신에 내가 집에서 한 번 튀겨 줄게" 한 것이 이 모임의 발단이었다.

 

회사 동료와의 치맥은 한국에서 하든 외지에서 하든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날 제출한 서면 얘기로 시작해 "우리는 왜 사서 이 고생을 하나"라는 탄식으로 끝난다. 연차가 제일 낮은 동료가 말했다. "새벽 4시에 끝나는 날이 뭐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있는 건 뭐 괜찮은데, 나흘은 못할 짓이야." 그러자 연차가 그보다 바로 위인 다른 동료가 말했다. "나는 입사하고서 일 안 한 주말이 두 번쯤 있었나…." 갑자기 궁금해졌다. '혹시 싱가포르 변호사들은 뭔가 좀 다른 이유로 이 고생을 하는걸까?' 지속 가능한 삶이 아닌 건 분명한데, 당장 때려치우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 너무도 익숙한 것이었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

 

애덤 그랜트라는 심리학자가 몰입상승(escalation of commitment)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산 정상까지 가기로 목표를 정해 놓으니, 올라가는 과정에서 점점 부정적인 단서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도 차마 발길을 돌려 내려오지 못하고 계속 올라가다가 결국은 조난을 당하게 되는 상황. 똑똑한 사람일수록, 열심히 사는 사람일수록, 끈기 있는 사람일수록 몰입상승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조금만 더 가면 되겠지',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겠지', '그래도 배우는 게 있겠지' 하면서. 물론 그런 생각들이 결국에는 맞았던 걸로 판명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만약 5년, 10년이 흐른 후에 틀렸던 걸로 판명되면 그 때 뒤늦게 경로를 수정하는 것이 마음처럼 쉽게 될까.

 

모든 것을 손절할 수 있다는 각오로 주기적인 자기 점검을 해야 할 것 같다. 다만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어려운 일이니, 어쩔 수 없다. 주기적으로 치맥을 하는 수 밖에.

 

 

전아영 변호사 (웡파트너십(WongPartnership LLP))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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