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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이유 설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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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청림출판, 2011)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온라인에서 자료나 정보를 찾기 위해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고, 뉴스 사이트나 블로그 등 이곳저곳 옮겨 다니면서 관심 있는 정보를 살피는 것에 익숙해지면, 우리는 '전쟁과 평화'와 같은 책을 긴 호흡으로 읽을 수 없다고. 넷 세대(net generation)는 글 읽을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읽지 않고 이리저리 건너뛰며 관심 있는 부분만 훑는다고. 인터넷은 생각전달뿐만 아니라 생각과정도 형성하는데, 우리 뇌는 점차 인터넷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보가 제공되기를 바라는 구조로 변하고 사고방식도 그렇게 바뀐다고.

 

2. 이와 같이 특정 방식으로 글을 계속 읽는 것만으로 뇌 구조나 사고방식이 바뀐다면, 특정 방식의 글을 지속해서 쓰는 건 어떨까? 1심 형사 유죄판결을 보면, 대부분 '피고인의 주장'이라는 항목을 두고 "피고인은…라고 주장하나 …에 의하면 …를 인정할 수 있고,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는 믿을 수 없어 결국 위 주장은 이유 없다"라는 식으로 쓰고 있다. 피고인 주장이 이유 없으면 반사적으로 공소사실이 입증된 걸까? 혹은 공소사실의 증명이 더 수월해지는가? 대법원 2015도11428 판결은, "형사재판에서 유죄증거는 반대증거보다 우월한 증명력을 가진 정도로는 부족하므로 반대증거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어도 이는 공소사실 증명책임이 없는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양립불가의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을 뿐이고,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말하지 않았어도 진술거부권이 있으므로 그러한 사정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자료로 삼을 수 없다"고 명확히 판시하고 있다. 피고인 주장은 입증책임면에서 대부분 '부인'에 해당한다. 피고인 주장에 관한 판단을 마치 그의 입증사항인 양 설시하다 보면 자칫 피고인 주장의 이유 없음이 공소사실의 증명이나 입증 완화로 연결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설득력 제고와 입증책임은 다른 측면이다.

 

 

이동근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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