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초포럼

Associate Community(소통의 기술)

169896.jpg

미국 로펌에서 근무하던 중 'Associate Community'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로펌의 지분을 가지는 '구성원변호사'와 그렇지 않은 '소속변호사'를 미국에서 'Partner'와 'Associate'로 구분하는데, Associate Community는 Associate, 즉 소속변호사의 공동체이다(번역하자면 '어쏘위원회' 정도 될 것 같다).

 

한국 로펌에서 이러한 공동체가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조사한 바 없으므로 확인하기 어려우나, 필자가 근무했던 곳의 Associate Community는 소속변호사를 관리하기 위한 위원회가 아니라, 소속변호사들이 평소 친목을 다지고,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하여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을 로펌에 전달하는 등 자발적 성격이 강했다.

 
어느 날 소속변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연봉협상 준비를 위해 주변 로펌의 연봉계약 선례를 근거로 소속변호사에게 유리한 연봉인상 제안을 하자"는 안건이 나왔고, 각자 친구나 지인 등을 통해 다른 로펌의 연봉계약 사례를 수집하고 이를 정리하여 발표(PT) 준비를 하였다.

 
소속변호사들은 로펌에서 연봉협상을 담당하는 파트너변호사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다른 로펌의 수준에 부합하는 연봉인상안을 제안하였다. 이에 대해 담당 파트너변호사는 발표를 진지하게 경청한 다음 소속변호사가 근거로 든 사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질문을 하였고, 충분하지 않은 답변에 대해서는 추후 보완을 요청하였으며, 소속변호사들의 요청사항을 하나씩 확인하고, 자신도 더 알아보고 소속변호사들의 제안에 대해 답변을 하겠다고 하였다.

 
이후 회의에서 파트너변호사는 연봉인상 근거 사실의 부정확성 등 소속변호사측 주장의 문제점을 언급하였다. 특히 "연봉정책은 종합적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소속변호사들에게 유리한 것만 분리해서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였다. 예컨대 예시로 든 A로펌의 연봉만 보면 상당히 큰 폭으로 인상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신들 로펌의 인센티브 정책이나 경비보전, 복지정책 등은 기존 연봉정책을 고려한 것이므로, 이러한 사정을 종합 고려하지 않는 주장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소속변호사들은 다른 사례의 보완설명을 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로펌의 직전 연도 매출이 크게 증대된 점을 고려하여 그에 대한 보상도 반영되었으면 한다고 주장하였다. 파트너변호사는 귀 기울여 듣더니 이미 그러한 사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면서도 파트너회의에서 더 논의한 다음 답변을 주겠다고 하였다. 결국 소속변호사의 제안과 파트너변호사의 의견을 절충한 수정안대로 그 해 연봉정책이 결정되었다.

 
연봉협상 과정에 참여하여 살펴보니, 소속변호사들은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도 거기에 합리적 근거가 있음을 보여주려고 하였고, 파트너변호사의 지적과 설명을 편견 없이 청취하였다. 파트너변호사도 소속변호사들이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그들 주장을 경청하는 한편, 회사의 입장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였다.

 
사회 전반뿐만 아니라 변호사 사회 내부에서조차 다양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현재,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진지한 경청, 그리고 솔직한 대화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 아닐까.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리걸에듀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