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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내 자식이 살인자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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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 수사나 공판, 언론 보도를 보다보면 항상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몇 년 전 살인 사건 공판을 담당하던 중 피해자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에 맴돌고 가슴이 아리다.

 

사귀던 피해자가 만나주지 않자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피해자 어머니는 공판 기일마다 재판정에 나오셔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피고인을 바라보셨다. 그 표정에는 분노와 원망의 감정도 있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드신 상황에서도 다른 재판이 끝날 때까지 방청석에 그대로 앉아 계셨다. 얼마나 고통스러우실까. 방청석으로 가 손을 잡고 건강을 챙기시라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위로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날도 피해자 어머니는 재판 내내 피고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재판이 끝나고 "교도소에 있는 피고인을 찾아갔었다. 살인 사건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의 어머니가 너무나도 부럽다. 교도소에서 평생을 살아도 자식 얼굴을 볼 수 있지 않냐. 나는 딸을 볼 수 없다. 차라리 내 자식이 살인자였으면. 왜 착하게 살라고 했는지, 후회스럽다"고 말씀 하셨다.

 

차라리 살인자가 되는 것이 살인죄의 피해자가 되는 것보다 낫겠다고 생각하는 그 심정. 이 말씀이 검사로서 너무나도 무겁게 받아들여졌다.

 

검사로 임관된 2005년 '친절한 금자씨'라는 영화는 300만 명이 넘는 관객 수를 돌파하며 엄청난 공감을 얻었다. '국가가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제대로 풀어주지 못해 금자씨가 대신 벌을 주니까 친절한 금자씨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국가 형벌권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검사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그리고 몇 년 전 피해자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친절한 금자씨'라는 영화가 왜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공감을 얻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피해자들은 형사사법시스템에 충분히 만족하지는 못할 것이다. 검사도 공익의 대변자로 피해자만을 대변할 수 없고, 피고인의 인권과 균형 잡힌 형사사법 질서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사적 보복을 금지하고 형벌권을 국가가 전적으로 행사하는 시스템에서 검사는 피해자의 권리와 고통에 대하여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권현유 부부장검사 (청주지방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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