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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공수처가 뿌리내리기 전에 무작정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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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연일 뜨겁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에스코트' 논란에서 촉발된 공정성 시비가 공수처의 미흡한 해명과 맞물려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급기야는 공수처의 위기를 거론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러나 출범 초기인 공수처의 위기를 거론할 만큼 중대한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간 언론을 통해 제기된 논란을 따라 가보자. 이 지검장은 자신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를 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에서 할 것을 주장해 왔다. 수원지검은 이 사건을 지난 3월 3일 공수처에 이첩했다. 그리고 공수처는 같은 달 7일 이 지검장을 공수처 주변에서 관용차로 동행해 청사로 들어와 조사면담을 했다. 이후 이 지검장이 과천 모처에서 공수처장의 관용차로 갈아타는 CCTV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수사 공정성 논란의 시발점이 되었다. 일명 황제조사 논란이다. 엄밀히 말하면 황제소환 논란으로 표현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환방식이 최초 사례가 아니라는 것을 형사사건을 다루어본 법조인이라면 잘 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과거 검경에서는 유명인사인 피조사자가 언론노출을 극도로 꺼려 조사를 회피하는 경우나 수사상 보안유지를 위해 필요로 하는 경우 청사 밖에서 관용차량 등으로 피조사자를 청사까지 동행해 조사를 한 관행이 있어왔다. 이렇게 하지 않을 경우 언론의 극심한 관심으로 인하여 인권침해 요소가 있어 폐지된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과 동일한 상황이 재연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검찰에서 있었던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에서만 있었던 사례인 것처럼 부풀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여건이 허락된다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모든 피조사자에 대한 소환을 비공개로 하거나 필요한 경우 관용차량으로 소환하는 방법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이런 지엽적인 논란으로 공수처를 흠집내는 것은 지양하여야 할 것이다. 오히려 쟁점은 공수처가 이 지검장을 조사하고 특혜를 베풀었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공수처의 면담조사 후 같은 달 12일 수원지검으로 재이첩되었고 이 지검장의 공수처 수사요구는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이 지검장을 조사한 공수처는 면담을 비밀에 부친 것이 아니라 수사기록에 면담 일시·장소를 편철하고 검찰로 재이첩하였다. 특혜를 베풀고자 했다면 이 지검장의 주장대로 공수처가 이첩받은 사건을 직접 수사하겠다고 했어야 맞다. 그렇다면 과연 이 지검장에게 어떤 특혜가 있었던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현재까지 이 지검장에게 준 특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논란의 배경에 공수처의 업무처리와 해명과정에 미숙함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눈여겨 볼 점은 이런 논란의 이면에는 공수처의 탄생을 초기부터 반대해 온 사람들에 의한 의도적 불신이 숨어있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공수처는 오랜 정치적 논란을 거쳐 국민적 염원으로 어렵게 출범한 신생 수사기관이다. 현재 출범 초기 인력과 조직·제도가 완비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공수처 처장과 차장이 최근 임명되고 이제 겨우 공수처 검사를 임명한 상태다. 소위 아직 제대로 된 업무조차 시작하지 않은 시점이다. 70년 역사의 검찰과 경찰에 비교한다면 신생아 단계에 불과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공수처가 형사사법제도 안에서 안착하여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보호막을 쳐줄 필요가 있다. 공수처 또한 실제 수사를 진행하면서 공정성 시비가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향후 공수처가 수사를 시작하고 공정성을 잃는다면 혹독한 비판을 받을 것이다. 이제 갓 출범한 공수처를 무작정 흔들지 말고 당분간은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조순열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문무·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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