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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상법정 개설, 영상재판 도입 마중물 되길 바란다

영상재판을 민사사건 변론기일에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재야법조계에서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11일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의장 김명수 대법원장)가 회의를 열어 민사사건의 변론기일에도 영상재판 확대시행을 권고한 바 있고, 이에 응하여 대법원은 지난 달 29일 전국 법원의 모든 재판부 2946개부에 영상법정을 개설했다고 발표했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영상재판 확대시행을 권고한 이유로 국민의 사법접근성 향상을 위한 재판청구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꼽았다. 당연한 대원칙을 천명한 것이나, 그 이면에는 상당한 필요성과 긴박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이해된다. 이미 우리는 지난 1년 이상의 시간을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겪어 왔다. 이런 와중에서 법원의 재판절차가 중단되거나 상당 기간 연기되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설령 재판이 속개되더라도 재판관계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출석하고 변론을 하여야 하는 등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에 임하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소송대리를 맡은 변호사로서는 비대면이 바람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물리적인 법정까지 출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우리 사법부는 이미 1995년 원격영상재판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여 그 이듬해 영상재판을 도입한 바 있고 2010년에 특허재판에서 시작하여 2015년 3월 이후 형사사건을 제외한 전자소송을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등 상당한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기반과 기술력은 세계 첨단을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법원 안팎의 여건이 충분히 성숙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상재판의 도입 논의는 상대적으로 지체되어 왔다. 재판의 직접주의, 공개주의의 원칙이라는 법률적인 제약이 주요 요인으로 대두된다. 현행 법령상 변론기일이 아닌 변론준비절차의 협의 정도가 화상회의로 가능한 정도이고 증인이나 감정인 신문에서도 요건이 엄격히 제한될 수 밖에 없다. 반면 직접주의는 재판부의 적극적인 심리와 석명권 행사를 통하여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고, 엄격한 공개주의는 판결 선고 등에 국한되므로, 전향적으로 관련 규정을 해석한다면 영상재판의 전면 도입도 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헌법상 기본권인 만큼 영상재판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에 앞서 관련 법규를 신속히 개정함이 타당해 보인다. 물론 이러한 법 개정이 간단한 작업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통하여 기존의 변론 방식에 대한 개혁 필요성의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었을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비대면 재판이 활성화되고 있는 점은 입법에 탄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천명한 민사소송법 제1조 1항의 규정은 재판 절차가 현실과 유리되어서는 아니된다는 말에 다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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