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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공공변호인제도 도입마저 좌초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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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올해 3월 8일 '2021년 법무부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수사단계에서의 국선변호사제도인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연내에 우선 도입하고 이와 함께 국민의 사법접근성 제고를 위해 민사소송구조 등 법률구조사업을 통합한 이른바 '사법지원일원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형사공공변호인제도는 기소 후 재판단계에서만 인정되는 국선변호제도를 수사단계에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수사단계에서는 인신구속을 결정하는 영장실질심사와 구속적부심사의 법정심문에서만 국선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 경찰서나 검찰청 조사실에서 피의자로 수사를 받을 때 돈이 없어 사선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한다면 국선변호사의 조력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현재는 국선변호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어 '나홀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수사기관의 강압수사 등 인권침해와 이로 인한 억울한 처벌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수사단계에서의 국선변호사선임에 대해 나쁜 놈인 범죄자들을 왜 세금을 들여 나라에서 변호해 주느냐며 비판하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을 거쳐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수사를 받는 피의자는 범죄혐의를 받는 것일 뿐 범죄자는 아니다. 무죄추정원칙은 형사절차에서의 인권보호의 핵심원칙으로 프랑스인권선언을 거쳐 근대 자유법치국가에 도입되었고 헌법 제27조 제4항에도 규정되어 있다. 재판단계에서 인정되는 국선변호제도가 그 필요성이 더 절실한 수사단계에서 인정되지 않는 것은 모순이다. 수사단계는 국가형벌권이 행사되는 공공성이 강한 영역으로 단순한 사적 영역이 아니다. 1999년 2월 6일 발생한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래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에서 세 명의 용의자가 체포되어 자백을 하고 현장검증까지 마치며 형사처벌을 받았지만 2016년 진범의 자수와 법원의 재심으로 수사기관의 강압수사에 의한 허위자백이었음이 밝혀져 무죄가 확정되었다. 위 피의자들에게 국선변호인이라도 선임되어 있었다면 발생되지 않았을 일이다.

 

혹자는 그러한 억울한 사례는 예외적이거나 극히 일부라고 재반박한다. 형사재판에서 억울한 사례는 당신의 예상보다 훨씬 많다. 미국에서는 1992년부터 이른바 '결백프로젝트(innocence project)'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발전된 유전자 기술을 이용하여 강력범죄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시료가 남아 있는 경우 다시 유전자 검사를 하여 진범여부를 확인하는 사업이다. 2020년 11월까지 375명이 무죄 석방되었고 이중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이 21명이었다. 우리나라 형사재판 무죄율은 연간 처리된 사건 대비 평균 3% 전후이다. 법원행정처에서 2018년 발간한 사법연감 통계에 의하면, 2017년 1심 형사공판사건에서의 무죄율은 3.65%였다. 판결선고를 받은 인원 24만4489명 중 무려 8916명이 무죄판결을 받았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에는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검사에게 매우 유리한 증거규정이 있다. 검찰조사에서의 피의자 진술은 판사 앞에서 피의자가 검찰 진술을 부인하고 다투어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된다. '나 홀로 조사'를 받는 피의자는 이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극도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검사와 피의자가 마주 앉는 것이다. 피의자가 돈이 없어 변호사의 조력을 받지 못하고 억울한 처벌을 받는 것은 정의, 공정 관념에 반할 뿐만 아니라 형사문명국가의 수치이다.

 

수사단계에서의 국선변호제도인 형사공공변호인제도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사항으로 이 정부 들어서서 추진되었지만 지금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가 최초 국회에 제출했던 '법률구조법 일부개정안'은 법원이 운영하는 현재의 국선변호사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수사단계의 국선변호만을 법무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법률구조공단 산하에 설치된 '피의자국선변호관리위원회'가 담당하는 이원적 구조로 설계되었다.

 

위 법 개정안의 세부적인 여러 문제점은 차치하고 대법원, 대한변협,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은 모두 일치하여 법무부 산하에 수사·기소기관(검찰)과 변호기관(법률구조공단)을 동시에 두는 것은 이해충돌에 해당하고 형사공공변호기구의 변론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등 제3의 기구 소속으로 두고 피의자 외에 피고인(법원) 국선변호제도까지 통합하여 운영하자고 주장하였다. 법원의 국선변호제도에 대해서도 중립적인 심판기관인 법원이 당사자인 피고인의 국선변호사를 위촉, 선발하고 관리, 감독하는 것은 법원의 중립적 지위와 충돌되고 국선변호의 독립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없다는 강력한 비판이 있었음을 고려한 것이다. 대법원도 이러한 의견에 찬성하였다.

 

법무부만 유독 형사공공변호기구에 국가예산이 투입되므로 예산사용을 관리·감독할 기관이 필요하다며 '법무부의 지휘감독을 받는 법률구조공단 산하'에 형사공공변호기구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 왔다. 한시라도 도입이 시급한 형사공공변호인제도의 도입 논의가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지금까지 장기간 평행선을 그어온 배경이다.

 

최근 법무부는 기존 안을 약간 수정하여 피의자국선변호를 '법무부 법률구조공단 산하'가 아닌 '법무부 산하의 별도 기구'에서 운영하되 독립성 보장을 위해 법무부·법원·변협 3자체제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기존의 안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법무부·법원·변협 3자체제는 이미 기존 논의과정에서 나왔던 내용이다. '법무부 법률구조공단 산하'에서 '법무부 산하 별도 기구'로 바뀌었을 뿐이다.

 

형사공공변호인제도의 논의가 평행선을 긋던 작년 하반기에 형사공공변호인제도 외에 민사소송구조 등 법률구조사업을 통합하는 사법지원일원화 논의도 시작되었다. 법무부는 사법지원일원화 기구도 법무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법률구조공단 산하로 둘 것을 주장하였다. 다른 기관들의 강력한 반대와 다시 이어질 논의의 평행선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사법지원일원화는 차치하고 형사공공변호인제도마저 좌초될까 심히 우려된다.

 

 

정영훈 변호사(전 대한변협 인권이사, 전 법무부 사법지원일원화TF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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