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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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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는 다른 이들의 과거를 삽니다. 재판장은 재판에서 원·피고 또는 피고인·검사의 글을 읽고 이야기를 들어 과거 일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소액재판을 할 때 원고에게 "증거가 있냐?"고 묻자 "피고가 알고 하늘이 알며 땅도 안다"고 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나는데, 하늘과 땅은 증인적격이 없고 판사는 해당 일을 경험한 바가 없습니다. 따라서 증거계의 오승환, 즉 끝판왕인 처분문서나 최근 당사자 사이에 첨예하게 상반된 주장으로 인한 혼란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녹취파일이 없으면 증인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기억이 모두 다르듯이 세월이 가면 그 취약한 기억도 희미해집니다. 그래서 누군가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고 가사를 쓰고 그리도 절절히 노래했나 보네요. 다만 법정에서 다루어지는 추억은 증인조서에 속기사님의 손을 거쳐 적히게 됩니다. 물론 녹취파일도 만들지요.

 

증인은 대개 태어나 처음 소환장을 받고 법정에 옵니다.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는 상황에서 법대 아래에서 법대에 있는 재판장의 위증에 대한 경고를 듣고 나서 선서까지 마치면 상당히 위축된다고들 많이 말씀들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증인께 더 친절하게 되고, 기억이 나지 않는 건 그렇다고 이야기하면 된다는 말씀도 항상 드리네요.

 

증거로서의 증언은 기억의 저장·기억의 재구성·기억의 재생 등에 따른 오류가 내재할 수밖에 없는데 일부 변호사나 검사는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하는 경우 증인을 윽박지르거나 빈정대는 경우도 가끔 보게 됩니다. 또한 제가 직접 경험한 어떤 재판부는 증인에 대하여 반복질문, 의견에 대한 질문을 해도 별다른 제지를 않더라고요. 그것이 원만한 재판진행의 비결인지는 모르겠는데, 재판장은 MC가 아닌 이상 규정에 맞는 신문이 진행되도록 적절히 소송지휘권을 행사하여야 합니다.

 

증인들은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자 시간을 들여 법정에 오신 분들입니다. 재판관계자들 모두 증인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적법한 규정을 준수하면 원활하고 신속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수 있고, 그에 따라 적시에 귀가하여 속을 불편하게 하는 MSG 없이 마늘, 생강, 고추(이들도 MSG네요)로 양념한 건강한 집밥과 저녁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생각입니다. 오늘 하루 수고 많으셨습니다.

 

 

김창모 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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