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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년시대

벨루가의 폐사로 보는 적극적인 동물 보호 방안 도입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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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흰돌고래’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벨루가는 하얀 피부에 생글생글 웃는 듯한 귀여운 얼굴, 그리고 온순한 성격 덕분에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동물이다. 우리나라 수족관에서도 벨루가를 만나볼 수 있는데, 2012년 모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수족관에서 벨루가를 처음 수입한 이래로 경쟁 수족관들이 앞다투어 벨루가를 수입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경쟁적으로 수입된 벨루가들은 수족관으로 옮겨진 이후 자신의 평균 수명의 절반도 채 살지 못하고 줄지어 폐사하고 있다. 벨루가의 평균 수명은 약 35살, 최대 50년의 수명을 가지고 있으나 수족관에서 폐사하고 있는 벨루가들의 나이는 고작 6살에서 12살에 불과하다.


벨루가는 불룩한 이마에서 초음파를 내보내 외부 물체를 감지하는데, 수족관에서 초음파를 보내면 좁은 공간으로 인해 수족관 벽 곳곳에 초음파가 여러 번 반사되어 마치 이명을 앓는 듯한 고통을 계속 받았을 것이다. 또한 고래는 평균 아이큐가 90에 이를 정도의 고등동물이라서 인간에 의해 포획된 순간 스스로 잡혔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고 그 자체로 엄청난 불안과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수족관에 수입된 벨루가들은 이러한 이유들로 자신의 수명보다 훨씬 짧은 기간만 살다가 죽게 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벨루가를 포함하여 동물원·수족관 내 동물들이 잇달아 폐사하여 논란이 일자 해양수산부는 지난 1월 21일 동물복지 및 서식환경 개선안이 포함된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2021~2025)’을 발표하였다. 이번 1차 계획안에는 수족관 전시동물의 서식환경과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 등록제로 운영되던 수족관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전문검사관제를 도입한다든지, 돌고래 등 해양포유류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동물원수족관법에 동물복지 관련 조문을 신설하고 동물의 등에 올라타기 등 동물복지를 저해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 및 금지하여 벌금 등 벌칙을 적용하는 한편 법령 개정 전까지는 수족관 체험프로그램 지침을 마련하여 업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해양수산부의 계획안은 구체적인 시설 기준을 제시하여 이에 부합하는 곳만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허가제를 실시하고, 관람객이 동물의 등에 올라타는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부터 동물을 보호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계획안이 담고 있는 수족관의 허가제 전환이나 전문검사관제 도입, 그리고 동물복지 저해행위 금지 규정의 신설 방안 등은 모두 동물 보호의 소극적인 지침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에 한계가 있다.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있는 동물들이 모두 그러한 것은 아니겠으나 돌고래와 같은 동물들은 수족관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수명을 갉아먹을 정도로 부적절하다. 벨루가와 같이 초음파를 사용하는 동물들에게 좁은 울타리는 그 자체로 고역일 것이고, 자연 상태에서 보호를 위해 옮겨진 개체가 아니라 전시를 위해 포획되어 수입된 개체는 자신이 원래 살던 환경에서 강제적으로 분리되어 자그마한 인공 구조물 속에 갇혀 생활한다는 사실 자체에서 엄청난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낄 것이다.

동물들의 잇따른 폐사를 방지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동물쇼를 금지하고 시설 기준을 엄격하게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동물의 수입 및 전시 전에 해당 동물이 동물원과 수족관에서 생활하는 것에 적합한 동물인지 여부를 판단하여 부적합한 동물의 수입 및 전시는 사전에 이를 금지하는 분류 기준을 도입하고, 개체의 보호를 위해 불가피하게 보호가 필요한 동물은 일정 기간 회복과 적응 기간을 거쳐 자연으로 방생하는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벨루가처럼 멸종위기근접종(Near Threatened)으로 분류되어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서는 포획 자체를 하고 있지 않은 벨루가와 같은 개체를 수입하여 전시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 역시 필요하다. 이러한 적극적인 동물 보호 방안이 마련되어야 수족관과 동물원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신의 수명에 절반도 살지 못한 채 죽는 동물들이 나오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고 평소 자연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동물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수족관과 동물원은 분명 순기능이 있다. 따라서 ‘동물원과 수족관에서 동물을 전시해서는 안된다’는 일방적인 주장은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동물은 가두어 두고 봐도 되는 대상’이라는 인식 하에 동물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수입하여 전시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지금이라도 동물의 특성상 동물원과 수족관에서 수입 및 전시가 부적절한 동물들을 분류하고 이들을 일정 기간의 보호 기간을 거쳐 자연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어른들이 동물원을 방문한 아이들에게 돌고래의 등에 올라타게 해주면서 ‘생명은 소중하다’고 이야기하는 모순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다.


김성우 변호사 (화우공익재단)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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