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초포럼

절대적 종신형

169435.jpg

나흘 간격으로 여성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최신종에게 지난 7일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원심의 무기징역형이 유지되었다. 항소심 재판장은 형법 제72조에 따른 가석방의 가능성을 거론하며, "입법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형태의 무기징역 제도를 조속히 입법해 국민들이 흉악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지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사형과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절대적 종신형)'은 범죄자를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시킨다는 점에서 동일한 기능을 한다. 1997년 12월 30일 이래 23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국제엠네스티의 '사실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된 우리나라에서는, 사형이 절대적 종신형처럼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언제라도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사형과 생존이 보장되는 절대적 종신형은 생명이라는 관점에서는 극과 극에 놓여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28살에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을 언도받았으나, 사형집행장에서 마지막 순간에 황제의 사면을 받아 목숨을 부지하고, 시베리아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그 배후에는 처음부터 사면을 계획해두고 사형선고 후 최후의 순간에 사면장을 전달하여, 어쭙지않은 젊은 지성인을 혼내주고 자비심을 과시하려는 니콜라이 1세가 있었다. 이 사건은 사형제도가 얼마든지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될 수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황제의 마음이 자비로움을 과시하려는 연극보다 일벌백계의 사형집행 쪽으로 기울었다면, '죄와 벌'과 같은 대문호의 작품은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우리나라에서도 조봉암, 인혁당 사건처럼 사형이 집행된 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여럿 있다. 한때의 사형수가 국가의 수반에까지 오른 우리 역사는 사형제도의 정당성을 곱씹게 만든다. 아무리 법과 제도로 뒷받침된다고 할지라도, 인간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공적인 권한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 그렇기에 판사들도 어떻게든 사형 선고를 피하려 하고, 절대적 종신형의 입법을 촉구하는 것 아닌가.

 

국가인권위원회의 2018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단순한 사형제 폐지에 대한 찬성의견은 20%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체 형벌을 전제로 한 질문에는 67%가 사형 폐지에 찬성하였다. 국민 다수가 생명을 빼앗는 극단적인 응보보다는 생명을 존중하는 한도 내에서의 최대한의 처벌 방법을 요청하고 있다. 이제 절대적 종신형제의 도입과 사형제 폐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매듭져야 할 때가 되었다.

 

물론 절대적 종신형제에 대하여도 찬반은 뒤따른다. 독일은 1949년 기본법에서 사형제를 폐지하면서 절대적 종신형제를 두었으나, 1978년 독일연방헌법재소가 위헌을 선언하였다. 사형 폐지를 위한 대체 입법을 논하다가 절대적 종신형제에 대한 위헌 논쟁이 벌어짐으로써, 아이러니하게도 사형제도가 더 오래 살아남을 수도 있다. 사형제에 대한 사형선고는 언제쯤 될 것인가.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미국변호사

관련 법조인